정부가 17개월 만에 한국 경제 전망에서 ‘회복’이란 단어를 언급했다. 다만 완연한 회복세라기보다 완만한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수출, 고용 등 관련 지표가 소폭 상승하고 있는 반면 아직 물가 상승의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작년 6월부터 꾸준히 있었던 ‘경기 둔화’라는 단어가 빠졌고 ‘회복’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지난달 경기 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표현한 데서 한발짝 더 나아갔다.
상황이 나아진 건 제조업이었다. 지난 9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9% 올랐다. 특히 반도체는 12.9% 올라 8월(13.5%)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한 550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플러스로 전환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감소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을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과 지출 지표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업(2.4%), 운수·창고(2.2%)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0.4% 증가했다. 소매판매(0.2%), 설비투자(8.7%)와 건설투자(2.5%) 모두 증가했다. 고용 상황도 나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가 작년 같은 달보다 34만6000명 늘어 석 달째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물가다.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물가 상승세는 더디게 잡히고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라는 평가에서 이달에는 ‘완만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으로 ‘완만한’이 추가됐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이상저온 등으로 농산물값이 불안한 흐름을 보인 탓이 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8% 올랐다. 3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나타냈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변동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