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이 언급됐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박 전 특검과 이 대표 등이 부국증권을 배제하자는 의견을 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이자 변호사인 남욱씨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박 전 특검과 양재식 전 특검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
대장동 일당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추진 당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대장동 사업에도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부국증권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었던 박 전 특검의 도움으로 1금융권인 우리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합류하는 것이 확실시된 2014년 11월쯤 정영학 회계사와 김만배씨는 부국증권을 제외하자는 의사를 표했다고 했다.
남씨는 “김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하는 사업에 부국증권이 연달아 참여하는 자체에 부담을 느낀 것 같고 수익분배 분쟁도 생길 수 있어 빼자고 했다”며 “결국 고검장(박 전 특검)도 반대한다고 해서 제가 직접 부국증권을 빼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당시 김씨는 박 전 특검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들면서 부국증권을 빼야 한다고 했는데 기억이 나느냐”고 묻자 남씨는 “이재명 대표”라고 주장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도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구성에 의견을 전해왔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검찰이 “최재경 전 수석도 (김씨가 언급한 사람에) 있었느냐”고 하자 남씨는 “있었다”고 답했다.
남씨는 박 전 특검 등이 전면 부인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공소사실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도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2014년 10월쯤 자신을 포함한 대장동 일당이 양 전 특검보를 통해 박 전 특검에게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청탁했고, 박 전 특검은 ‘이사회 의장으로 있을 때 적극 도와주겠다. 실무적인 부분은 양재식과 상의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들었다는 게 남씨의 주장이다.
이 무렵 양 전 특검보로부터 박 전 특검의 대한변협회장 선거자금 3억원 가량을 요청받은 사실이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 남씨는 “그즈음 그런 말씀을 저에게 했다”며 그 시점은 박 전 특검 측이 힘을 써주겠다고 말한 뒤라고 진술했다.
실제로 남씨는 양 전 특검보를 통해 2014년 11~12월 현금 3억원을 총 세 차례 걸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 운동을 하는 캠프 내 변호사 10여명에게 월급 보전·활동비·격려금 명목 등으로 전달됐다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박 전 특검이 “고맙다”고 했다고도 남씨는 전했다.
결국 대장동 일당은 2014년 10월 말부터 네 차례에 걸쳐 박 전 특검의 영향력 행사로 만나기조차 어려운 ‘슈퍼갑’인 우리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자와 만나 컨소시엄 참여 회의를 했고, 비록 우리은행이 내부 반대로 컨소시엄 출자자로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남씨는 설명했다.
남씨는 공소사실처럼 도움의 대가로 피고인들에게 200억원과 단독주택, 그 부지 등도 약속했다는 주장도 폈다. 이러한 약속은 남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대장동 사업에서 주도권을 잃게 되면서 김만배씨로 이관됐고, 5억원과 50억원 약정으로 축소됐다고 그는 전했다.
남씨는 “김씨는 우리은행이 빠지면서 역할이 축소된 박 전 특검에게 딸을 통해 50억원, 화천대유 상근고문으로 해 월급 1500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했다”며 “박 전 특검은 김씨에게 5억원을 받아 이를 화천대유로 보냈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화천대유 초기 자금을 납입해서 향후 얻는 이익을 박 전 특검에게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냐”고 묻자 남씨는 “그렇다”고 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7일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