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와 수학, 영어 모두 까다로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반적으로 ‘불수능’이란 평가 속에 고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초고난도 문항을 뜻하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도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입시 전문가들은 킬러문항보다 약간 쉬운 고난도 문항을 늘리고 ‘매력적인 오답’(지식을 확실히 알아야 피할 수 있는 헷갈리는 선지)을 섞어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고난도 문항을 두고는 사실상 킬러문항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4학년도 수능이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고 밝혔다. 50만4588명이 응시원서를 냈는데, 실제 시험을 보러온 인원은 44만8228명, 결시 인원은 5만3093명(10.6%)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적용된 지난 2021∼2023학년도와 달리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 확진자도 별도 시험장이 아닌 일반 수험생과 같은 교실에서 봤다.
국어는 지난해보다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수능에선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134점으로 평이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난 수능보다는 확실히 어려웠고, 표준점수 최고점이 142점이었던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다고 봤다.
수학은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는 까다로웠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 지난 9월 모의평가는 144점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만점자는 934명 대 2520명으로 2.7배 차이였다. 킬러문항이 빠지자 9월 모의평가에서 최상위 변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최상위 변별력을 위한 문항이 추가돼 9월 모의평가보다 난도가 높다고 봤다.
영어도 지난 9월 모의평가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1등급은 4.37%였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에선 5%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역대급’ n수생 비율 때문에 수험생 체감 난도와 실제 성적 간 괴리가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대를 지망하는 최상위권 n수생의 유입 규모에 따라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번 수능 응시생은 고3 32만6646명(64.7%), 졸업생 15만9742명(31.7%), 검정고시생 등 기타 1만8200명(3.6%)으로 50만 4588명이다.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을 합친 35.3%는 1996학년(37.4%) 이후 최고 수준이다.
평가원은 오는 20일까지 홈페이지 전용 게시판을 통해 지문과 문제,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는다. 이후 심의를 거쳐 오는 28일 정답을 확정 발표한다. 수능 성적은 다음 달 8일 통지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