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 파이팅!”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6일 서울 곳곳 시험장 앞에는 고3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들의 목소리로 가득 했다. 4년 만에 ‘노마스크’로 진행되는 수능에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수능 응원전이 돌아온 것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고 교문 앞에도 배문고 1~2학년생들이 ‘수능 만점 가즈아’ ‘제대로 보고 잘 찍는거야’ 등의 피켓을 들고 응원에 나섰다. 이들은 선배들이 수험장에 들어갈 때마다 목청을 높였다. 박경대(16)군은 “선배들이 좋은 대학에 가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설 텐데 선배들이 교문에 들어가는 모습만 봐도 벌써 떨린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수험장에 들어가는 자녀의 뒷모습에서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학부모 신모(46)씨는 “시험 일주일 전 평소 말이 없던 아들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12년 동안 힘들게 공부해왔던 게 스쳐 지나갔다고 하더라”며 “부모로서 가슴이 시리다. 노력한 결실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이화외고에서 딸을 배웅한 전은선(50)씨는 그동안 고생했을 딸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전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쌌다. 혹시 소화가 힘들까 봐 소화제랑 오후에 힘낼 수 있게 피로해소제도 넣었다”며 “오늘은 하루종일 시계만 쳐다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백암고 앞에서 만난 우모(48)씨도 딸이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우씨는 “딸이 괜히 긴장할까 봐 걸어오면서 농담도 하고 그랬다”고 전했다.
이날 수능 시험장엔 유독 재수생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번 수능엔 지난해보다 12.3% 많은 15만9742명의 재수생이 수능을 치른다. 수능 2년차인 수험생 조모(19)씨는 수험장에 들어서며 “익숙해져서인지 긴장되는 마음이 지난해보다는 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킬러 문항이 사라졌다. 얼핏 들으면 좋아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난도가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이 안 돼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역시 가까스로 제시간에 도착한 수험생들도 있었다. 입실 마감 시간을 10분 가량 남겨둔 오전 8시쯤 이화외고 앞에 한 순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착했다. 수험생을 시험 시간에 늦게 않게 데려다주다가 타이어 하나가 터진 상태였다. 경찰은 “무사히 도착해 다행”이라며 수험장으로 뛰어가는 학생을 격려했다.
오전 7시40여분쯤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앞에서는 119 순찰차량에서 내린 한 남학생이 “여기 아니야?”라는 말과 함께 다시 차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가까스로 시험장인 양천고에 도착한 이 학생은 “늦을 거 같아서 직접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하자마자 바로 도와주셔서 늦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수험생 호송 등 총 21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경찰차 에스코트가 178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험표 등 물품 전달도 13건에 달했다. 경찰은 수능 시험장 주변에 인력 1만1265명과 순찰차, 경찰 오토바이 등 2681대를 투입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