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 100만평 숲을 만들자’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인 도회지 한복판에 드넓은 숲을 만들자는 범시민 운동이 본격화됐다. 이전을 앞둔 군 공항 부지 250만 평 중 3분의 1 정도에 145만 시민들의 ‘허파’가 될 가칭 ‘광주숲’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광주시민·환경단체가 주축이 된 ‘백만평 광주숲 추진위’는 15일 광주시청 앞에서 발대식을 가진 데 이어 광주시의회에서 ‘광주 군 공항 이전·백만평 광주숲 조성’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추진위는 발대식과 토론회에서 “군 공항이 이전하고 남게 될 공터 8.2㎢(250만평) 가운데 3.3㎢(100만평)를 도심 숲으로 조성하자”고 지역사회에 공식 제안했다.
추진위는 지난 7월 결성된 ‘광주 백만평 시민숲 모임’을 모태로 출범했다. 이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광주의 값진 자산을 남기자”며 “시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제2의 ‘푸른길 공원’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푸른길 공원은 1980년대 후반까지 도심을 가로지르던 경전선 철도가 광주 외곽으로 옮겨가면서 시민과 지자체가 폐선부지 10.8㎞ 구간을 활용해 만든 전국 최초의 선형 도시공원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푸른길 100만 그루 헌수운동’ 등으로 불붙기 시작해 2013년 말 결실을 본 이후 도심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추진위는 10여 년 전 전국 최초의 푸른길 공원을 일궈낸 시민들의 저력을 바탕으로 군 군항 이전부지를 제2의 푸른길 공원으로 만들자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03만평 규모의 뉴욕 센트럴파크과 버금가는 도심 속 명품공원을 본떠 도심 녹색공간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답답한 아파트 숲으로 꽉 찬 도심에 숨통을 틔워줄 제2의 푸른길 공원 ‘광주숲’이 들어서면 가족 단위 나들이와 치유공간으로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진위에는 광주시의회와 광주전남녹색연합,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20여 개 단체와 330여 명의 시민들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 아파트 비율은 무려 81%로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1인당 공원 면적은 6.3㎡로 전체 도시의 1.8%에 불과해 최하위 수준이다.
회색빛 고층건물에다 성냥갑 판박이 아파트에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광주숲의 전제조건인 군 공항 이전은 정치권의 갑론을박 끝에 국회를 통과한 ‘광주 군 공항 이전·종전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광주 군공항특별법)이 8월 시행에 들어가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에는 지자체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군 공항 이전 비용을 충당하도록 규정돼 있다. 군 공항 부지를 아파트 단지 등으로 개발해 부족한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광주시와 국방부로서는 그다지 반길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광주 군 공항 면적 250만 평은 여의도의 3배, 인접한 광주 최대 번화가 상무심도심 2.5배 정도다. 광주시와 국방부가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6년 처음 추산한 군 공항 이전 비용은 5조 7480억원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휴식공간 확보라는 근본 취지에 공감하지만 군 공항 이전비용 등 현실적 문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적 논의와 합의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