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 빈소에 나타난 낯선 여자

입력 2023-11-16 11:03 수정 2023-11-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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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공무원이던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라며 유족연금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는 여성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연이 공개됐다.

16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이런 내용의 고민이 올라왔다.

사연자 A씨는 자신을 사망한 아버지의 딸이라고 소개하며 최근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A씨는 “중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했다. 저는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아버지와 꾸준히 만났다”며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바빴지만 대학 졸업식까지 올 정도로 저를 많이 아꼈다. 그런 아버지가 얼마 전 지병으로 돌아가셨다”고 운을 뗐다.

빈소를 차린 지 얼마 안 돼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A씨는 “장례식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저희 아버지와 혼인신고는 안 했지만 10년 동안 부부처럼 살았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아버지가 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그 아주머니가 간병을 했고, 보호자란에 자신을 ‘배우자’로 기재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여성은 A씨에게 “아버지의 사실혼 배우자이기 때문에 내가 유족연금을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아버지는 생전 제게 재혼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며 “곧바로 친척들에게 이 아주머니를 아는지 물었고, 모두 이 여성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심지어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저희 할머니는 아주머니를 간병인으로만 알고 계셨다”고 말했다.

A씨는 “아주머니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유족연금 이야기는 정중히 거절했다”며 “그런데 얼마 후 그 아주머니가 검사를 상대로 사실혼 관계 존부 확인 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사실혼 관계 존부 확인 소를 제기할 당시 상대방인 피고가 사망하게 되면 소를 제기하는 사람은 검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다.

A씨는 “지금 너무나도 황망하다”고 토로하며 아버지가 남긴 유족연금을 지킬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A씨는 “아버지가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지만 남긴 재산이 없다”며 “혹시 아버지가 그 아주머니에게 재산이나 금전을 주었다면 가져올 방법이 있을까요”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사연을 들은 김미루 변호사는 “그 여성과 아버지 사이에 부부 공동생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계경제 운영이나 생활비가 오고 간 내역이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그런 생활비 관련 내역이 없고, 아버지 병원비를 그 여성이 대신 납부했다거나 장례비를 납부한 내역도 없다면 부부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 여성이 일정 기간 아버지와 동거하거나 교제를 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혼인 실체가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보인다”며 “이런 부분을 사연자가 주장하면 소송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