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9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고,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사건을 겨냥한 강제송환금지 원칙 준수 내용도 포함했다.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제3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통과시켰다. 러시아와 중국,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은 컨센서스 절차에는 참여했지만, 결의안 채택 이후 추가 발언을 통해 결의안에 동참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올해 결의안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주도했다.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한 내용 등은 지난해와 동일하다. 올해 결의안은 “모든 회원국이 근본적인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존중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 특히 (북한과의) 국경 간 이동이 재개된 점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북한이 국경을 재개방하면서 중국 등에서의 탈북민 강제 북송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의안은 탈북민과 관련해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준수하라는 촉구도 담겼다.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규정하고 강제송환 금지대상으로 보호하지 않는 국가들을 겨냥한 것이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난민 지위와 관계없이 송환 시 고문 위협이 있을 때 추방하거나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의안은 북한이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행위로 핵무기 등의 개발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결의안 채택 후 발언 신청을 통해 “수백 명의 탈북민이 강제 송환됐다는 보도 내용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은 탈북민이 자신의 의지와 달리 강제 송환되지 않도록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대신 인권 상황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김 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모두 거짓이고, 조작된 내용의 문서”라며 “범죄를 저지른 뒤 가족을 버리고 도주한 인간쓰레기들의 허위 증언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언급하며 “미국과 서구가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12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미국, 영국이 거부권 대신 기권표를 던졌다.
결의안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가자지구의 교전을 즉각 중단하고 인질을 무조건 석방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법 준수와 어린이 등 민간인에 대한 보호도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