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1년만에 재회… 두 손 잡고 “충돌 말자”

입력 2023-11-16 05:48 수정 2023-11-16 08:11

1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51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가 샌머테이오 카운티의 ‘파일롤리 에스테이트’(Filoli Estate)에 미리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기다렸다. 건물 입구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그 옆으로 양국 깃발을 든 미군 장병들이 서있었다.

시 주석은 예정보다 30분 늦은 오전 11시 17분 도착했다. 시 주석은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차에서 내렸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악수를 청하며 다가갔다. 둘은 반가운 표정으로 양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눈 뒤 천천히 저택으로 들어갔다.

두 정상이 대면한 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물리나 호텔 이후 꼭 1년 만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만난 것이지만, 미국은 단독 정상회담 분위기를 강조하려는 듯 회의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회담 장소로 정했다.

두 정상은 모두 발언에서 양국 관계 안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항상 의견이 일치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 만남은 항상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유용했다”고 말했다. 또 “나는 당신의 솔직한 성격과 관련해, 당신이 나에게 말한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며 “오해나 잘못된 의사소통 없이 리더 대 리더로 서로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고,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에서부터 마약 단속,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우리의 공동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내가 부주석이었을 때 우리가 중국에서 만났던 때가 생각난다. 12년 전 일인데 아직 그 때 대화가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발리에서 만났을 때가 1년 전인데 그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그 동력은 여전히 부진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은 여전히 교란과 보호무역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중·미 관계는 두 나라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인류의 진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미국 같은 두 대국이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고 한쪽이 다른 쪽을 개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갈등과 충돌은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역사와 문화,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가 서로 다르지만 서로 존중하고 윈-윈(win-win) 협력을 추구하는 한, 이견을 극복하고 양국이 잘 지낼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대국간 경쟁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고 중국과 미국,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대체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구는 두 나라 중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나라에도 기회가 될 만큼 충분히 크다”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양국 경제, 외교, 국방 등 장관 및 고위 참모들이 각각 12명씩 배석했다. 지난해 정상회담 때는 8명씩 배석했었다.

미측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케리 기후특사, 니콜란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부부 사이인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측에는 시 주석 비서실장격인 차이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장진취안 중국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정자제 중화인민공화국 국가발전개혁위원장, 란포안 재정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마자오수 외교부 부부장, 시펑 주미 중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