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가 뭐죠?”… 역대 수능 만점자들의 ‘만점 비결’은

입력 2023-11-15 13:55 수정 2023-11-15 19:03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5일 광주 남구 설월여고에서 수험표를 받은 고3 수험생들이 재학생들의 응원을 받으며 교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역대 수능 만점자들의 인터뷰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언론 인터뷰에서 공부뿐만 아니라 독서, 수면, 휴식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0년대에는 당대 최고로 인기가 많던 탤런트 그룹 ‘H.O.T.’ 이름을 듣고 “H.O.T.가 뭐죠”라고 반문해 감탄을 자아낸 이도 있었다. 최근 5년간 수능 만점자들의 말들을 통해 ‘수능 만점’의 비결을 알아봤다.

[2023수능] “머리가 좋아서 이렇게 됐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은 고3 2명과 재수생 한 명뿐이다. 그중 한 명인 포항제철고 3학년 최수혁군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노력형인지 천재형인지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머리가 좋아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다. 최수혁군은 “고3 내내 오전 7시에 학교에 도착해 밤 11시까지 자습을 하는 생활을 이어갔다”며 “최소 7시간은 자고 쉴 때는 유튜브를 보며 쉬는 등 수면과 휴식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022수능] “50분 공부하고 10분 쉬고”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힌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고려대 행정학과 출신 반수생 김선우씨가 만점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김씨는 성적 발표 이후 그의 모교인 동탄국제고에서 이뤄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에 입학하고 4월쯤 반수를 결심해 6월부터 대형 기숙학원에서 공부했다”고 밝혔다.

김씨 역시 고득점의 비결로 ‘꾸준함과 성실함’을 강조했다. 김씨는 “삶에 있어 예외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김씨는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밤 12시30분에 잠드는 생활을 꾸준하게 반복하고, 식사 후 운동장을 돌거나 취침 전 간단히 운동하며 건강을 관리했다고 한다. 50분 공부한 뒤에는 10분을 꼭 쉬는 등 휴식에 있어서도 루틴을 유지했다.

공부법에 관해서는 “많이 풀기보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확실하게 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를 풀 때 단순히 풀고 채점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이 문제가 다시 출제된다면 어떻게 나올 것인지 파악하면서 공부했다”고 했다.

[2021수능] “중학교 공부부터 스스로”
2021학년도 수능의 주인공 역시 반수생이었다. 서울대 치의예과에 재학 중이던 정현빈군은 2021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기까지 학원이나 과외 없이 ‘인터넷 강의’만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정현빈군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중학교 공부는 기초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초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공부는 결국 내가 하는 것이므로 일찍부터 자기주도적 공부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며 “어릴 때는 놀고 싶은 마음이 크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공부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0수능] “전교 꼴찌에서 수능 만점자로”
2019년 치러진 2020학년도 수능에서는 총 15명이 만점을 받았다. 이 중 한 명인 김해외고 3학년 송영준군은 홀어머니 아래에서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수능 만점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특히 송영준군은 고교 입학 후 첫 시험에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송영준군 어머니는 성적표가 나오던 날 기쁨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송영준군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교육에 충실하게 공부해서 높은 성적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혼자 노력해서 이기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학구열을 불태운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어떤 과목이든 단계적으로 공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쉬운 문제집부터 시작해서 더 어려운 문제집으로 ‘레벨업’하듯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송영준군 역시 다른 만점자들과 공통적으로 성실함과 꾸준함, 휴식을 비결로 들었다.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자고 1시간 일찍 일어나며 학습시간을 확보했고, 고교 3년 내내 학원이나 과외 없이 오로지 자신의 페이스에만 맞춰 공부했다고 한다.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좋아했던 송영준군은 공부하기 힘든 날이 오면 오히려 공부를 일찍 끝내고 유튜브를 통해 게임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고 전했다.

[2019수능] “목표와 꿈 갖고 노력해야”
마지막으로, 2019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배재고 3학년 임장엽군은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본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장엽군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학교 때 영재고,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며 경시대회를 준비하고 다양한 문제를 꾸준히 접해봤었다”며 “오랜 시간을 공부에 훈련해본 경험 자체가 고3 수험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비록 영재고에 진학하지는 못했지만 임장엽군은 의사라는 또 다른 꿈을 꾸며 수험생활을 이겨냈다고 한다.

꼼꼼하게 공부하는 습관 또한 임장엽군의 고득점 비결이었다. 그는 “문제를 풀다 애매하게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아예 개념공부부터 다시 했다”며 “시험에 나올 확률이 낮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라도 꼼꼼하게 공부했다”고 말했다. 때때로 실효성 논란을 빚는 ‘선행학습’에 대해서도 “선행학습을 얼마나 했는지가 곧 실력을 증명하지 않는다. 한 번 공부할 때 정확하게 공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수능 만점자 인터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이로 꼽는 오승은(43)씨의 근황도 이맘때면 항상 회자된다. 당시 오씨는 만점(400점)을 받은 뒤 언론 인터뷰에서 ‘H.O.T.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H.O.T.가 뭐죠“라고 답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H.O.T.는 당시 활동하던 5인조 보이그룹이다. 1996년 데뷔 이후 4년 연속 정규앨범 1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당대 최고 인기를 구가했다.

수능이 도입되고 처음으로 만점을 받은 오씨는 서울대 물리학과에 수석 입학하고 조기졸업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Nature)’에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