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1년 만에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은 갈등 관리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미·중 각자의 필요가 교집합을 이루며 가까스로 성사됐다. 양측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담 때처럼 공동성명 없이 각자 입장문만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회담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시도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하려는 건 관계를 더 좋게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상적인 소통 경로로 복귀해 위기가 닥쳤을 때 전화를 걸어 서로 대화하고, 군 당국 간에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 관점에서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국인들, 평균적인 주택 소유자, 즉 중국의 보통 시민이 괜찮은 급여를 받는 직업을 가진다면 그들에게도 이롭고 우리 모두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추구하는 미국과 중국 각자의 목적이 담겨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중 경제교류 필요성을 언급하며 경제 회복을 원하는 시 주석 요구를 충족하고, 대신 군사 대화 채널 복원을 이뤄내 긴장을 관리하려는 미국 바람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의 이후 꼭 1년 만이다. 그사이 양국 정상이 직면한 국내외적 도전은 크게 달라졌다. CNN은 “시 주석은 흔들리는 중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위기에 처해 있고 청년 실업률은 기록적인 수준”이라며 “3연임을 공식화하며 권력을 공고히 했던 지난해의 이미지가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 2개 전선을 관리해야 하는 외교적 도전에 직면했다. 내부적으로는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관련한 또 다른 잠재적 갈등은 내년 대선 경쟁 과정에서 겪고 싶지 않을 사안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의 강압적 군사 행동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측 군사 대화가 복원되지 않으면 우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해 왔다.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 선 선임연구원은 “양국 모두 국내 문제와 외교 정책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어서 서로를 쫓으려는 동기는 줄어들고, 대신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동기가 조금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양측은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면 만남’ 이상의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시 주석은 미국의 공급망 다각화, 첨단 기술 접근 제한 등 대중국 견제 조치 완화를 원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대해 완고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 투자하려면 모든 영업 비밀을 넘겨야 하는 상황을 지지할 수 없다”며 중국의 무역 및 투자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며 “중동 문제가 시 주석과 회담에서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해 왔고, 대만 독립을 명백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 문제 등도 제기할 방침이지만 관계자들도 중국 행동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인정한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다룰 의제는 많지만, 성과물은 적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 고위당국자는 두 정상이 어떤 종류의 공동성명도 발표할 계획이 없으며, 대신 각 정부가 회담에 대해 자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단 하나의 구체적인 합의는 군사 통신 재개 수준”이라며 “이는 회담에 대한 기대가 낮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이후 서로 다른 만찬에 참여한다. 시 주석은 미·중관계위원회와 미·중기업협의회가 주최한 기업가 만찬에 참여해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기업가들은 4만 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시 주석과 함께 식사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주최 측이 시 주석과 같은 테이블 자리를 고가에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