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 끝났다”…시장, 내년 조기금리 인하 베팅

입력 2023-11-15 06:44 수정 2023-11-15 09:43

미국에서 물가 진정세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금리 정점론이 확산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사실상 완료됐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투자자들도 금리인상 종료에 베팅하며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4일(현지시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76%가 연준의 금리 인상 주기가 끝났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 61%는 내년 채권 수익률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현금 보유 비율을 낮추고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BofA에 따르면 투자자 현금 보유량은 4.7%로 직전 5.3%에서 0.6% 포인트 줄었다.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올해 1월 이후 월별 최대 하락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확신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현금을 버리고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채권에 대한 비중확대 포지션은 연준의 긴축으로 촉발된 글로벌 채권의 대규모 매도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날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3.2%로 집계되면서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는 장중 4.43%까지 급락한 뒤 소폭 상승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5%(지난달 19일)를 웃돌았던 지난달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2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9.8%로 집계됐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동결을 확신한다는 의미다.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년 1분기에도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이르면 내년 5월부터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며 내년 연말까지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시장은 조기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크게 둔화하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며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내년 상반기 중 언제 금리를 인하할지에 대한 베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오전 CPI 발표 이후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순탄하게 둔화하는 경로를 보일 것으로 확신하지 못한다”며 “수치가 하락했지만, 낙폭의 상당 부분은 코로나 시기 가격 급등을 부분적으로 되돌린 데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거비 상승률은 역사적인 수준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서비스 물가 상승률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