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다. 중간에 도저히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아 편집자에게 아무래도 못 쓰겠다는 얘기도 여러 차례 했다. 이 소설을 완성한 순간이 제가 소설 쓰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한국 작가 최초로 프랑스 유명 문학상인 메디치상 외국문학상을 받은 한강(53)이 귀국해 14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강은 “2014년 여름에 소설의 첫 두 페이지에 실린 꿈을 실제로 꾸었고, 그걸 기록해 두었다. 거기서 이 소설이 시작됐다”면서 “제겐 최근작이고 지금까지도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소설이기에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더욱 기뻤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21년 출간된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 4·3의 비극을 조명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지난 8월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프랑스의 그라세 출판사에서 ‘Impossibles adieux(불가능한 이별)’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후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페미나상과 메디치상 후보에 동시에 올랐고, 지난 9일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 메디치상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앞서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한강은 불어판이 출간된 후 프랑스로 가서 독자들과 만났다. 그는 “특별히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제 소설이 이해를 받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가 긴 시간 동안 경험해온 인간의 폭력이나 제노사이드 같은 것들은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닿았고 공유할 수 있다고 느꼈다”면서 “4·3 사건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그 사건에 연결돼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제 소설을 감각적으로 느꼈다는 평이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실제로 제가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이 소설에선 촉각적인 순간들이 중요했다. 감각은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니까 작별하지 않는 마음에 닿게 하는 경로로서 감각들을 열심히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2014년에 1980년 오월 광주의 비극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썼고, 이어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2021년에 발표했다. 그는 “두 소설이 짝인 셈인데, 완성하느라 거의 9년을 보냈다”면서 “너무 춥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앞으로 더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쓰고 싶은 건 개인적인 이야기”라며 “다음 소설은 생명에 대한 소설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