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카 할 때 아냐”… 美 방산업계·정부 충돌

입력 2023-11-14 07:15 수정 2023-11-14 08:08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미국 방위산업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전쟁까지 발발해 무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생산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캐나다 등 동맹도 우려를 표명하며 국방수권법(NDAA) 수정을 촉구했다.

폴리티코는 13일(현지시간) “국내 제조업 붐과 고임금 일자리에 대한 약속으로 바이 아메리카 캠페인이 의회에서 힘을 얻고 있지만, 수혜자인 방산업계는 시기가 잘못됐다고 여긴다”며 “정치권은 방산업계가 직면한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공회의소 국방항공우주위원회 키스 웹스터 회장은 “온쇼어링(해외기업의 자국 생산),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 파트너, 이스라엘에 대한 상당한 공급 요구를 달성하려면 어느 정도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40개 기업이 참여한 미국 항공우주산업협회도 성명을 통해 “바이 아메리카와 같은 공격적인 정책은 파트너 및 동맹국과의 관계를 저해하고, 글로벌 파트너와의 공급망 탄력성 개선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며 “의회가 연말 법안을 마무리할 때 이를 고려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폴리티코는 “전례 없는 무기 생산 경쟁으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리면서 국방부는 대만과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의 절박한 주문을 충족하기 위해 유럽 등 다른 곳에 더 많은 도움을 구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경제 메시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정부 예산으로 구매한 제품의 미국산 비율을 60%로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29년에는 그 비중이 75%까지 확대된다.

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의회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현재 상원과 하원은 주요 방산 제품 미국 생산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모두 통과시켰고, 이를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했다.

하원은 바이 아메리카 행정명령을 조항으로 명문화한 도널드 노크로스 의원 발의 법안을, 상원은 해군 군함을 만들 때 자재를 2033년까지 100%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태미 볼드윈 의원 발의 법안을 각각 처리해 NDAA에 추가했다.

영국과 캐나다는 그러나 지난달 미 의회에서 해당 법안이 양국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서한을 보냈다. 카렌 피어스 주미 영국 대사는 “국방수권법의 미국산 기준과 관련한 보호주의적 표현에 반대한다”며 “특히 해양 분야에서 양국 공동 협력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표현은 영국에 대한 장벽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와 특별 호혜 무역 협정을 맺은 25개국 무관그룹 의장 샌더 우드 헹겔도 “(바이 아메리카는)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글로벌 공동 생산과 개발을 추구하는 국방부 정책과 상반된다”며 “미국이 미국산 구매를 강화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상원과 하원은 조만간 NDAA 절충안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방위산업에 대한 바이 아메리카 규정 완화가 담길지 주목된다. 폴리티코는 “미국산 구매 조항을 협의할 때 의원들은 국내외 요구 사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원 군사위 소속 아담 스미스 의원은 “우리는 미국산 생산을 늘리고 싶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덜 의존할 수 있도록 가까운 동맹 역량을 돕는 것도 우리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