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서커스단이 키우던 사자 한 마리가 탈출해 몇 시간 동안 마을을 배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자는 탈출 5시간여 만에 마취총을 맞고 붙잡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현지시간) 로마 인근에 있는 인구 4만2000명의 소도시 라디스폴리의 주택가에 8살 사자 ‘킴바’가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서커스단이 키우던 수사자였다.
주민들은 긴장했다. 라디스폴리 당국은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을 내렸다. 현지 주민이 촬영해 SNS에 올린 영상을 보면 수사자가 어두운 주택가에서 주차된 차량 사이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적외선 야간 투시경 카메라가 장착된 경찰 헬리콥터가 사자의 위치를 추적한 끝에 5시간여 만에 마취총을 쏴 사자를 붙잡았다. 별다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서커스단의 동물 조련사 로니 바살로는 킴바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킴바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람들을 만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을 공격하려는 본능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 내에서는 서커스단에서 동물을 가두고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알레산드로 그란도 라디스폴리 시장은 “이 사건이 양심을 일깨우고 서커스에서 동물 착취를 종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20개 이상 국가가 동물의 서커스 묘기를 금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관련법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