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로부터 험지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장제원 의원이 최근 지지자 모임에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을 겨냥해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이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유튜브 ‘KTN한국TV뉴스’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장 의원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 인사말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지지 모임에서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장 의원은 지역구 현안 사업 및 예산 확보 성과 등을 소개하면서 “그런데 서울에 가래요. 서울 가랍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혁신위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장 의원은 또 “자리를 탐하지 말고 업적을 탐하라고 했던 아버지 말씀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며 “여러분과 우리가 꿈꿔왔던 사상 발전의 꿈을 완성하는 그 업적 하나로 난 족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도 “(서울에 가면) 안 됩니다”라고 외치며 장 의원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장 의원이 10여년간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여원산악회는 그의 핵심 외곽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장 의원은 이 행사 참석 직후인 주말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는 글을 올려 당 혁신위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장 의원은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 한 교회 예배에 참석해 신앙 간증을 하는 영상도 올렸다.
영상 속 장 의원은 “마흔 살부터, 어린 나이에 정치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 풍파를 겪었다”면서 “또 요즘도 ‘장제원이 험지 출마 하라’ 하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한편 혁신위의 요구에 당내 핵심 인사들의 침묵이 계속되자 인 위원장은 직접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결단을 촉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혁신위원회를 조기 해산하는 ‘초강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