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 기준 바꾼 CPA, 수험생 행정심판에 “당락 바뀐다는 보장 없어”

입력 2023-11-14 06:00

공인회계사(CPA) 2차 시험의 채점 기준을 바꾼 데 대한 수험생들의 행정심판 제기에 당국이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변경된 채점 기준으로 행정심판을 제기한 수험생들이 합격할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채점 기준 변경에 대한 공고 의무가 없다며 행정 절차상 위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은 5과목 모두 6할 이상(100점 만점일 경우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합격자가 회계사 수급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최소선발 예정 인원’에 미달하면 그 인원만큼 상대평가(총점 고득점순)로 선발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법령과 달리 최소선발 예정 인원에 전체 합격자 수를 맞추기 위해 채점 기준과 점수를 임의로 변경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정기 감사에서 “금융위는 상대평가처럼 목표 인원을 미리 설정했고, 금감원은 금융위가 원하는 목표 선발인원 수준으로 합격자 수가 조절될 때까지 채점을 반복하고 점수도 조정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공인회계사 2차 시험의 채점 기준을 바꿨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채점 기준이 예고 없이 당장 올해 시험부터 적용된 것에 반발하며 행정심판을 냈다.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에 응시한 2차 수험생 중 불합격한 293명은 지난달 6일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올해 시험 채점 기준이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당락에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수험생들의 청구가 부당하다고 맞섰다. 금융위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낸 답변서에서 “채점 기준은 청구인들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2023년도 공인회계사 선발시험 2차 시험에 응시한 모든 응시생에게 적용된 것”이라며 “설령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채점 기준의 위법성이 인정돼 적법한 채점 기준이 다시 적용된다 하더라도, 모든 응시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적법한 채점 기준에 의할 때 청구인들이 모두 합격한다고 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재채점이 이뤄진다고 해도 청구인들 모두가 합격할 것이라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주장, 증명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채점 기준을 갑자기 변경한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채점 기준 또는 방식은 시험 계획 공고 시부터 공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채점 기준 등을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고해야 하는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신청인들을 비롯한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자들에게 채점 기준 또는 방식에 대한 견해를 공적으로 표명한 적이 없다”며 “수험생들이 제기한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