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보수적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아들이지만, 보수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2018년 헌법재판관 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위장전입 의혹 등을 재차 거론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 후보자는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지적에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보수가 아무래도 개인보다는 국가나 사회의 이익을 상대적으로 좀 더 중시한다는 그런 점들이 (판결과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며 “향후에는 폭넓게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1개월 잔여임기만 소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2018년 10월 헌법재판관에 임명됐고, 재판관 6년 임기 중 11개월 정도가 남았다. 헌법과 법률상 헌법재판관은 연임이 가능해 일각에서는 소장 임명 시 이 후보자를 연임하도록 해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임기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관례에 따라 잔여임기만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소장의 임기가 10~11개월 되는 것은 굉장히 짧다,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와 배우자의 과거 5차례 위장전입 문제를 다시 꺼내 들어 “만약 후보자 사건이 후보자에게 배당이 됐다고 한다면 유죄를 선고했겠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네, 그렇다”고 답했고, 김 의원은 “솔직한 답변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만 후보자는 “위장전입 문제로 사퇴할 생각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반포 한양아파트를 3억7000만원에 매입해 36억원에 매도했다. 일반 국민은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렸다”고도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들께서 부적절하게 생각하신다는 점을 이해하고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그 아파트는 서초동 법원 옆 아파트였다. 당시는 가장 낡은 아파트라 시세가 싸서 매입했는데 20년간 살다 보니 재건축을 하는 바람에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투기 목적은 아니었고 그 집에 살며 바로 옆 직장(법원)에 다녔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2018년 청문회 때 말씀드린 것처럼 이유를 막론하고 고위공직자로서 과거에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아들이 13살이었을 때 대치동 아파트에 위장 전입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사퇴 안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의 친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후보자는 2021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정직 2개월 징계 청구에 반발해 낸 헌법소원 사건을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라는 이유로 회피했었다.
이 후보자는 “저는 다른 사건에서도 당사자나 대리인이 제가 아는 사람일 때는 다 회피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가까워 회피 신청한 게 아니냐”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 질의에도 “저는 가깝지 않더라도 형식적으로 그런 인적 관계가 있으면 회피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용민 의원은 “국민들은 윤 대통령 탄핵도 얘기하는데, 만약 탄핵이 헌재로 오면 회피하겠느냐”고 물었는데, 이 후보자는 “(2021년) 헌법소원과는 사안이 다르다. 직책 때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