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부당이 판친 부산 마을기업 지원사업…부실로 얼룩

입력 2023-11-13 15:08 수정 2023-11-13 16:08
국민일보DB

부산시의 마을기업 10곳 중 6곳이 지원받은 국가 보조금을 위법·부당하게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이 있는 3곳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마을기업 재정지원 사업 특정감사 결과 29곳에서 67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 5월 15일부터 37일간 부산지역 (예비)마을기업 73곳 중 보조금을 1번이라도 받아 간 51곳에서 추진한 민간 보조(위탁)사업 96건(33억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적발된 67개 사업 중 62건에서 약 5억9000만원의 보조금이 부적정하게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 보면 41건은 회계서류 허위 증빙이나 증빙 누락이었다. 21건은 연구용역 부적정, 승인 전 집행 등 사업 추진 과정의 부실이었다.

이 중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한 마을기업 3곳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들 마을기업은 3년간 2억1000만원을 받아 8900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했다. 이 중 41000 만원을 공사대금이나 건설기계 장비 구매비, 강사수당 등에 썼다며 증빙자료를 허위로 제출해 보조금법 위반 및 형법에 따른 사기 및 사문서위조 및 변조 혐의를 받는다.

A마을기업은 작업장 정비 공사를 하겠다고 보조금을 받아 갔지만 실제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시 감사 결과 해당 작업장은 토지 소유주가 불명확한 무허가 건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업은 근무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9명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 보조금을 부적정하게 집행한 사실도 적발됐다.

B마을기업은 중개업자를 통해 4600만원짜리 건설기계를 샀다며 양도증명서를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대표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장비를 법인에 명의 변경하는 방법으로 보조금 2300만원을 받았다.

C마을기업은 대표 배우자를 강사로 초빙해 2년간 강사비를 지급했지만, 같은 시각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던 사실이 확인되는 등 실제 강의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일용 근로자 19명에게 인건비를 집행했지만 증빙 자료가 없었고, 사업계획과 무관한 물품을 구매하는 등에 보조금을 부적정하게 쓴 사실이 확인됐다.

마을기업 3곳은 서로 수의계약을 맺고 1억가량의 용역비를 지급하는 등 이른바 지원금 나눠먹기 사례도 적발됐다.

D마을기업은 자개·달고나 등 관광상품 디자인 개발을 위해 9000만원의 보조금을 용역비로 지급하면서 특정 업체와 1인 수의계약을 체결해 용역비를 1000만원 가량 과다 집행했다. 이는 산업통상부의 산업디자인 개발 기준의 적정 비용(4600만원)과 비교해 4400만원이 과다 책정한 것으로 감사위는 봤다. 그럼에도 제출한 성과물은 20%에 불과했다.

E마을기업은 곰국 신제품을 개발하겠다며 F마을기업에게 500만원의 용역비를 지급했다. 분석 결과는 ‘시제품 개발 실패’. 감사 결과 음식 개발에 대한 증빙자료는 없었고, 추가 자료 요청에 음식물을 끓이는 사진을 제출한 것이 전부였다.

G마을기업은 애초 콜라를 개발하겠다고 사업계획을 제출한 뒤 사업계획 변경을 하지 않은채 270만원어치의 홍삼음료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받았다. 또 시제품 개발 업체가 아닌 기업에 용역비 540만원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가 적발됐다.

시 감사위는 감사에서 적발한 사항에 대해 시정·주의 및 수사 의뢰하고 관련 공무원 86명에 대해서는 훈계 등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 또 부적정하게 집행된 지원금은 부산시와 구·군에서 회수 조치하고, 제재부가금 부과 여부를 검토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조금을 심각할 수준으로 부정하게 받은 마을기업에 대해서는 지정을 취소하는 등 마을기업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