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를 법인으로 지정해 각종 생태 위협 요인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추진이 제주에서 본격화된다.
제주도는 13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생태법인 제도 도입 제주특별법 개정’ 공동회견을 열고, 내년 법안 통과를 목표로 국내 최초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생태법인은 사람 외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 등 비인간 존재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뉴질랜드의 환가누이강과 스페인의 석호 등 해외에서 일부 자연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처음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 개정 추진에 앞서 특정 개체인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안과 생태법인 창설 특례를 제주특별법에 포함하는 2가지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인격 부여안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제주남방큰돌고래에 직접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생태법인 창설안은 도지사가 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특정 생물종 또는 핵심 생태계를 지정하고, 이를 생태법인화하는 방식이다.
법인격이 부여되면 서식지나 생존, 이동 등에 권리를 침해받을 경우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제주도는 도민공론화를 통해 생태법인 제도화 특례가 담긴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보완하고, 제22대 정기국회에 여·야 합의 제1호 법안으로 발의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제주 연안에만 서식한다. 연안 오염과 해양관광산업 난립, 난개발 등으로 서식 환경이 악화되며 지금은 120여 마리만 관찰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멸종위기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고래 한 마리는 일생동안 평균 33t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법인 제도 도입이 기후위기 극복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공동회견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최재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 위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이 참석했다.
오영훈 지사는 “살아있는 동물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방안이 제주에서 처음 추진된다”며 “생태환경 보호 분야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최재천 위원장은 “10년전 ‘제돌이’와의 인연으로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권리를 부여하는 역사적인 사건에 동참하게 되었다”며 “생태법인 제도는 인간 중심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생하는 출발점으로서 기후위기 극복, 지속가능 발전 등에 중요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방큰돌고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향으로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제돌이는 2009년 제주 바다에서 불법포획된 후 돌고래쇼 공연업체에 팔려가 공연에 동원되다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2013년 7월 제주 바다에 방사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