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역에 스파이더맨이”…노숙인 위협 말리고 사라져

입력 2023-11-12 13:46 수정 2023-11-12 14:15
노숙인의 위협 제지하는 '스파이더맨' 복장의 시민. 사진 X 캡처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시민이 역무원을 위협하는 노숙인을 제지한 뒤 사라지는 장면을 봤다는 목격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지난 11일 오후 9시10분쯤 잠실역 역사. 순찰하던 역무원들이 바닥에 누워 잠자던 한 노숙인을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잠에서 깬 노숙인은 역무원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위협을 가했다.

그때 스파이더맨 복장의 한 시민이 등장했다. 스파이더맨이 자기 손을 잡고 놓지 않자 노숙인은 “이거 놓으라”고 소리치며 역무원들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스파이더맨은 “진정하시라”며 그를 말렸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스파이더맨이 신발을 신지 않은 고령의 노숙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그의 양손을 잡은 채 마치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자 주변 시민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나온다. 이후 역무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노숙인을 강제 퇴거시켰다.

11일 밤부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잠실역에 스파이더맨이 나타났다’는 내용의 사진과 글이 잇따랐다.

“잠실역에서 스파이더맨을 만난 친구가 당황해서 영어로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구수하게 ‘아유, 그럼요’라고 답했다더라” “잠실역에서 몇 번 마주쳤는데 볼 때마다 아이들에게 인사해주셨다” “서울에도 히어로가 등장한 것이냐”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12일 새벽 1시30분쯤 자신이 잠실역 스파이더맨이었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엑스(옛 트위터)에 “주말에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아이들이 많이 오는 잠실에 자주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며 “경찰이 오기까지 10여분 걸린다고 해서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말렸다”는 글을 올렸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