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던 60대 영국인 부부가 호텔 옆방에서 뿌린 빈대 살충제로 인해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은 11일(현지시간) 영국 랭커셔 출신의 존 쿠퍼(사망 당시 69)와 수전 쿠퍼(63) 부부가 2018년 8월 21일 이집트 한 호텔에서 옆방의 빈대 살충제 연기를 마신 뒤 숨졌다고 보도했다.
랭커셔의 검시관은 지난 10일 청문회를 마친 뒤 이들이 염화메틸렌이 들어간 살충제에서 나온 증기를 흡입한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결론 냈다.
이집트 호텔 측은 부부가 사망하기 전날 점심시간에 이들의 옆방을 살충제 ‘람다(Lambda)’로 훈증 소독하고 두 방을 연결하는 문틈을 마스킹테이프로 봉인했다. 하지만 저녁에 방에 돌아온 이들은 밤사이 변을 당했다.
밤중에 같은 방에 있던 12살 손녀가 효모 냄새가 나고 몸이 안 좋다고 호소했고, 존 쿠퍼는 오전 1시 위층 딸의 방에 손녀를 데려다줬다. 당일 아침 딸이 부모 방에 찾아갔을 때 이들은 중태였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곧 사망했다.
사흘간 이뤄진 이번 청문회에서는 일부 국가에서 람다가 염화메틸렌으로 희석돼 사용되고 있으며, 염화메틸렌이 대사 과정에 몸 안에서 일산화탄소를 생성시킨다는 내용이 보고됐다.
영국 외무부는 이집트 당국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보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당시 이집트 검찰은 사망 원인이 대장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