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채식단체 결국 활동중단

입력 2023-11-11 00:03
DxE 조직원들이 서울 각지 음식점 등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영업중인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는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채식주의자 단체가 활동중단 소식을 알렸다.

10일 채신주의자들이 모인 단체 ‘직접행동 DxE 코리아’가 지난 9월 소셜미디어(SNS)에 ‘직접행동 DxE 코리아의 잠정적 활동 중단을 알린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단체는 “지난 2023년 상반기, 조직 핵심 지휘부의 공백으로 임시 지휘부가 되었던 다섯 명의 활동가들은 조직 내의 구조적인 문제와 여러 한계를 발견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활동가들이 계속해서 소진된 상태를 호소한 결과 현재 임시 지휘부는 단 두 명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어떤 사건에 대한 조사나 판단을 이어나갈 여력이 없고, 실무를 담당할 활동가 역시 부족하여 현실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언젠가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적었다.

DxE의 한 조직원이 서울 시내 음식점에 들어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 단체는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각종 음식점에 들어가 ‘방해 시위’를 벌이며 이름을 알렸다. 2019년 이 단체의 조직원 네 명은 각각 돼지 무한리필, 생선초밥, 닭볶음탕, 냉동돼지를 판매하는 식당에 찾아가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당시 국내 주요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에도 소개됐다.

당시 조직원들은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을 향해 “지금 여러분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동물이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돼지도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식당 관계자들이 이들을 만류하며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지만 이들은 버티며 계속해서 구호를 외쳤다. 당시 영상을 보면 촬영자로 보이는 한 여성은 식당 종업원들을 향해 “만지지 마라, 접촉하지 마라”고 지시한다. 시위에 참여한 한 조직원은 트위터에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동물의 현실에 대해 알리고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움직임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약식1단독은 2021년 4월 조직원 2명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9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 쇼핑몰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 들어가 동물해방 관련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쳐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