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37년 전 6사단” 장병 30명에 커피 산 ‘중년 선배’

입력 2023-11-11 00:02 수정 2023-11-11 00:02
지난 8일 여주 휴게소에서 6사단 육군 장병들에게 커피 30여잔을 사준 중년 남성(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6사단 장병이 공개한 커피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한 중년 남성이 약 37년 전 자신이 복무했던 육군 6사단 후배 장병들을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나 커피 30잔을 돌리고 홀연히 떠났다. 그의 선행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타고 퍼져 누리꾼들의 찬사를 끌어냈다.

중년 남성에게서 커피를 대접받은 6사단 장병 30명의 사연은 10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왔다. 강원도 철원에서 복무하는 6사단 소속 작성자는 지난 8일 부대원 30여명과 함께 충북 괴산으로 출장을 가던 중이었다.

이들은 차량으로 약 3시간가량을 소요하는 고속도로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휴게소에 들렸다. 이들은 군인 출타 시 식대 상한이 8000원으로 제한돼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면과 공깃밥을 단체로 주문한 뒤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성이 다가와 ‘소속 부대가 어딘가요’라고 조용히 질문을 건네왔다. 6사단이라고 답하자 남성은 환하게 웃으며 “나도 1986년도에 6사단 수색대에서 복무했다”며 “너무 반갑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 인사에 그치지 않고 부대원 약 30명에게 커피를 사준 뒤 악수를 하고는 웃으면서 떠났다.

작성자는 “군 생활 20년 하면서 이런 경우는 말로만 들었다. 직접 경험하니 나이 먹고 울컥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넘쳐났다”며 “이런 한분 한분 덕분에 제가 입은 군복이 자랑스럽다.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중년 남성의 선행은 페이스북에서 호응을 끌어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군 장병 여러분 덕에 발 뻗고 잔다” “장병 여러분 늘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군 복무 경험담을 댓글로 달아 “택시비를 안 내도 괜찮다는 기사님, 고생 많다고 간식거리 챙겨주신 편의점 사장님. 돌아보면 이런 분들이 계셔서 힘을 낼 수 있었다. 지금도 군생활 하시는 분들 모두 파이팅(힘내자)”고 적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