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년만에 가장 더운 해”… 73억 ‘극한 폭염’ 경험

입력 2023-11-10 13:56
기후변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핀란드 빅토리아해협 유빙. AP뉴시스

12만5000년 전, 지구의 마지막 간빙기 이후 올해가 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기록적으로 오르면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 규모도 컸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해였다는 평가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올해 10월 평균기온이 1800년대 후반과 비교해 1.7도 높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0월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12만5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올해가 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도 9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2개월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전(1850∼1900년)보다 섭씨 1.32도 높아 역사상 가장 더운 12개월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2개월 단위로 지구 평균기온을 쟀을 때 가장 더웠던 때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였다. 당시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29도 높았다. 단체는 175개 나라 920개 도시의 평균기온과 폭염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약 90%에 해당하는 73억명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극한기온을 열흘 넘게 경험했다. 73%(58억명)는 한 달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 가운데 폭염이 가장 길게 이어진 곳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22일 연속), 두 번째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17일)였다. 평년보다 평균기온이 낮았던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레소토뿐이었다.

이달 30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엘니뇨가 막 기온을 상승시키기 시작했지만 역사적 패턴을 보면 대부분의 영향은 내년에 나타날 것”이라며 “온난화 추세를 멈추려면 탄소 오염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