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이후 별거 중인 아내가 자는 방에 몰래 들어가 은행 통장과 승용차 열쇠를 되찾아왔다면 처벌 대상이 될까. 1심은 유죄로 봤지만 2심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3심 상고심이 진행될 경우 대법원이 최종 판결이 주목된다.
광주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정영하)는 ‘방실수색’ 혐의로 기소된 A(50)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방식수색 혐의는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과 관련돼 있다.
형법 제321조(주거·신체 수색)에도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
낯선 방식수색 혐의가 적용된 A씨는 아내가 이혼소송 이후 가져간 은행 통장과 승용차 열쇠를 되찾기 위해 2021년 3월 19일 새벽 순천시 아내 B씨의 주거지 2층 안방을 뒤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와 지난 1995년 혼례를 치르고 혼인신고를 한 A씨는 자녀 두 명을 두고 결혼생활을 하다가 여러 이유로 불화를 겪었다. 5년여 만인 2020년 10월 아내 B씨가 먼저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A씨는 반소를 제기해 현재 이혼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법정 다툼이 시작된 직후인 2021년 초 순천의 다른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겨 이혼 전 단계인 별거를 시작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사그라지지 않았다.
B씨는 2021년 3월 18일 A씨가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A씨 소유의 승용차 열쇠 등을 챙겨 나왔고 A씨는 ‘도둑질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모두 내사 종결됐다. 경찰은 친족간 재산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친족상도례 조항을 적용했다.
결국 A씨는 다음날 새벽 자신의 물건을 찾기 위해 B씨의 방을 몰래 찾았다가 잠에서 깬 B씨와 마주쳤다. 뻘쭘해졌지만 A씨는 결국 승용차 열쇠와 은행 통장 등을 집요하게 되찾아왔고 이에 불만을 품은 B씨는 ‘별거하던 남편이 방에 몰래 침입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혼소송 중인 A·B씨가 극단적 감정대립을 하게 된 것이다.
1심은 재판에서 “B씨가 소리를 지르자 도망간 A씨에게 공동 주거권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고, 생활형태를 봐도 공동 점유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항소심은 “A씨와 B씨가 이혼소송 중이나 자녀 양육, 재산 분할 등 혼인 관계 청산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동점유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하고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고 수색행위도 불법하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무죄 취지로 판시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