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상화폐 업체 대표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업체 대표는 순방 이후 코인 관련 대화방에서 “사우디 관련 소식은 좋은 결과가 나올 듯하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홍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SBS 보도에 따르면 가상화폐 업체 대표 A씨는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에서 선정한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지난달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동행했다.
하지만 A씨는 지난 2019년 말 투자자 40여명으로부터 5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며 사기 등의 혐의로 피소된 인물이었다. 이후 피해 금액 일부가 변제되면서 피해자들이 고소는 취하했지만, 검찰은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코인을 발행한 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유명 기업들과 관계를 내세워 투자를 유치했다. 이 업체의 다른 임원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면담 가능성도 홍보했다. 하지만 당초 홍보했던 만남 등은 이뤄지지 않았고, 해당 코인도 회사가 약속한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다.
A씨가 포함된 경제사절단 최종 명단은 출국 당일 발표됐고, 한경협은 사우디 현지에 도착한 뒤 A씨가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 이에 한경협은 A씨가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투자 포럼과 경제인 만찬 등 공식 행사 참석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A씨 업체 측은 순방 이후 코인 관련 대화방에서 “사우디 관련 소식은 좋은 결과가 나올 듯하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며 홍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A씨 업체 측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고 민감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며 “순방 성과에 대해서는 지금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SBS에 밝혔다.
한경협은 “A씨가 다른 업체 이름으로 지원해 수사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도 경제사절단 선정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부터 4박 6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방문했다. 대통령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1조원 규모의 새로운 투자·교역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시켰다면서 ‘세일즈 외교’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