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과 쓰레기로 가득한 버스 안에 방치됐던 개 30마리를 두고 동물보호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동물단체는 시청이 학대당하는 개를 보호해달라는 민원을 무시했다며 직무 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동물권혁명 캣치독팀은 직무 유기 혐의로 충남 서산시청 축산과 동물보호팀 직원들을 서산경찰서에 고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서산시청에 “누군가 서산시 지곡면 공터에 버스를 주차해놓고 안에서 개를 키우는데 몇 마리가 탈출해 돌아다닌다”는 주민 민원이 쇄도했다.
시청과 동물보호단체 조사 결과 버스 안에는 진돗개 등 중·대형견 30여마리가 방치돼 있었다. 일부는 죽거나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됐다. 버스 내부는 오물, 사료, 쓰레기 등이 뒤섞여 있는 등 위생적이지 않은 열악한 상태였다.
현장에서 동물 학대 정황을 발견한 시청 직원들은 소방 당국과 공조해 구조를 시도했고 일부를 생포했다. 견주 A씨에게도 ‘개를 제자리에 데려다 놓으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견주 A씨가 구조를 거부해 시청은 지난달 18일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경찰 고발 이후에도 2주 이상 버스와 개를 방치하다 지난 6일 버스를 모두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물단체는 시청이 동물 학대 정황을 인지했음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직무 유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캣치독팀 관계자는 “개들이 사라진 버스 안에는 오물과 사료, 개털이 뒤범벅돼 온갖 악취가 진동했다”며 “서산시 담당 직원들은 한달쯤 전부터 동물 학대 정황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된 격리 조처 없이 소극 행정으로 일관해 직무 유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즉시 분리·치료되어야 할 개들이 도살됐는지, 버려졌는지 향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A씨 사유재산인 버스 안에 강제로 들어갈 수는 없어 A씨에게 여러 차례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버스 안에 들어가 검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동의를 요청했었다”고 반박했다. 또 “경찰에도 A씨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항을 정리해 수사 자료를 제공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