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지게차 운전자의 과실로 목숨을 잃은 황예서(10)양의 아버지 A씨가 2심 공판을 앞두고 먹먹한 심정을 토로했다. A씨는 “어느 장소에 가도 아빠 눈앞에는 예서가 보인다. 너무나도 보고싶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예서양의 아버지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영도구 황예서 아빠입니다. 오늘은 2심 1차 공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글에서 “현재 모두 1심 선고가 내려졌는데, 우리 딸 예서 (가해자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며 “이제는 영영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 우리 예서가 너무 보고싶다”고 했다.
A씨는 글에서 딸 예서양에 대한 먹먹한 그리움을 적어냈다. A씨는 예서양을 향해 “너와 이별한 지 195일째인데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 너를 찾는다”며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다가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네 목소리 같아 뒤를 돌아보니, 네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A씨는 “네가 아니어서 아빠는 밖에 나가 한참을 울었다. 얼마 전에는 독감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갔는데 주사실 앞에서 무서운지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며 “우리 강아지 생각이 얼마나 나던지, 네 엄마랑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는 “금세 울음을 멈추고 ‘나 잘했지?’ 하며 쳐다보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만 9살도 안 된 너에게 아빠도 의지했다보다. 사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꾸역꾸역 견뎌내고 있다”며 “늘 위로와 행복이 돼주던 우리 강아지가 없으니 몸이 아플 때 왜 이렇게 생각이 나는지, 아파도 약을 먹어도 몸이 낫지를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동네 어딜 가든 딸 예서양의 얼굴이 보인다고 했다. A씨는 “며칠 전에 흰여울문화마을에 다녀왔다. 너희 엄마는 여기서, 저기서 사진을 찍었다며 말하는데 네 모습이 그려지더라”며 “아직은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질까 두렵다. 네 엄마와 하염없이 걷다가 다리가 아프도록 집까지 걸어왔다”고 말했다.
A씨는 킥보드를 타며 뛰어노는 또래 아이들을 봐도 예서양 생각이 났다고 했다. A씨는 “처음에는 발길질도 어려워하더니, 작년부터는 힘차게 달리지 않았느냐. 어느 장소에 가도 아빠 눈앞에는 예서가 보인다”며 “네가 있을 때는 매일 웃을 일만 가득했는데 네가 없으니 매일 눈물만 쏟게 된다. 너무나도 보고싶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A씨는 “오늘 법원에서 재판을 또 할 거야. 어른들이 하는 일은 네가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며 “예서는 착한 어린이니까, 어른들의 말씀 잘 들었으니까 믿고 지켜보자”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부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대형 화물을 내리막길로 떨어뜨려 예서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어망 제조기 업체 대표 B씨를 기소했다. 당시 지게차 운전자는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어린 자녀를 잃은 피해자 가족이 법정에 출석해 극심한 고통과 상실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정과 함께 피고인들에게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을 부과함으로써 더 이상 이와 같은 범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지만 정작 처벌은 징역 2년6개월에 그쳤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