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검사 탄핵에…이원석 검찰총장 “차라리 날 탄핵하라”

입력 2023-11-09 20:39 수정 2023-11-09 20:57
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퇴근길에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 이정섭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한 데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탄핵하라”고 맞받았다.

이 총장은 9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검사 탄핵 이유를 우리 국민들은 그리고 검찰은 잘 알고 있다”며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검찰의 당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 당대표에 대한 사법 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 검찰을 마비시키는 협박 탄핵”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면 앞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선고한 판사들을 탄핵하려고 할지 모른다”며 “부당한 탄핵은 그만둬야 한다. 검찰은 국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검찰에 일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대검찰청도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의 반복적인 검사 탄핵은 제1당의 권력을 남용해 검찰에 보복하는 것”이라며 “검사들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외압을 가함으로써 수사·재판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 연루 의혹이 있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맡은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벌어진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했다. 손 검사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이고, 이 검사는 ‘자녀 위장전입’ 등의 의혹이 있다는 이유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검사가 자녀를 명문 초등학교에 보내려고 두 차례 위장전입을 하고, 검사 신분을 남용해 처가 운영 골프장이나 자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범죄 기록을 무단 열람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은 두 번째다. 민주당은 지난 9월 21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보복 기소 의혹을 받는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헌정 사상 첫 검사 탄핵이었다. 안 검사는 직무가 곧바로 정지됐고,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심리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검사들의 범죄·비위 행위가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앞서 탄핵된 안 검사는 사건을 처리한 지 9년 만에 탄핵됐고, 손 검사는 기소된 지 1년 반 만에 탄핵됐고, 이 검사는 민주당에서 얼마 전 의혹을 제기하고 바로 탄핵됐다”며 “그렇게 탄핵이 될 만큼 비위가 명백하다면서 왜 9년, 1년 반이나 놔두다 이 시기에 탄핵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어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 보좌관을 추행한 국회의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조금을 빼돌린 국회의원,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를 한 국회의원, 가상자산을 국회에서 투기한 국회의원에 대한 탄핵이나 제명은 우리 현실·법률상 불가능하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이 대표 수사를 진행 중인 검사를 포함해 탄핵이 발의된 점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두 검사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이 대표 관련 수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총장은 “이 검사 탄핵안이 가결되면 앞으로 직무는 정지된다. 수사에 차질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수사팀이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제대로 수사의 결론을 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