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흉내” 초중생 유행 ‘당근칼’에 학부모 노심초사

입력 2023-11-10 00:10
9일 유튜브에서 '당근칼 기술'을 검색하면 나오는 숏폼 영상들. 초중생들이 칼을 휘두르는 방법들을 설명하며 각자가 가진 기술들을 공유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초중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당근칼’을 놓고 학부모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당근칼을 멋있게 조작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SNS와 유튜브·틱톡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데다, 사람의 몸을 찌르는 흉내를 내는 놀이까지 유행하는 탓이다. 자녀의 ‘칼부림 범죄’ 모방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당근칼은 플라스틱 재질의 칼 모형 완구다. 당근을 연상시키는 외형을 지녔다고 해서 ‘당근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접이식 주머니칼, 이른바 ‘잭나이프’처럼 칼집에 연결된 칼날을 접고 펴는 방식으로 조작된다.

당근칼이 플라스틱이나 고무 재질의 다른 칼 모형 완구와 차별화되는 것은 조작 과정에서 나는 경쾌한 소리다. 형광색 등 화려한 색상도 초중생들을 유인하는 요소로 꼽힌다. 가격도 1000~2000원으로 비싸지 않다.

SNS와 유튜브 등에서 당근칼을 검색하면 ‘당근칼 기술’, ‘당근칼 멋있게 돌리는 법’을 안내하는 문구가 연관 키워드로 나열된다. 특히 10대가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틱톡에서 당근칼 관련 영상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숏폼 플랫폼 틱톡에 '당근칼'을 검색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들이다. 틱톡 홈페이지 캡처

한 영상 제작자는 “요즘 학교에서 이 기술을 할 줄 모르면 아웃”이라고 말하면서 당근칼 조작 기술을 선보였다. 상대적으로 미숙하지만 당근칼을 직접 조작하거나 사용해 본 느낌을 소개하는 초등학생들의 영상도 올라와 있다.

당근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된 연령은 14세 이상이다. 하지만 무인 편의점, 중고 거래 웹사이트 등에서 연령 제한 없이 판매되는 실정이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당근칼 놀이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초등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동네에서 장난감 칼을 사서 노는데, 손 동작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아무리 장난감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유행해도 되는 건가. 혹여나 아이들이 장난감이 손에 익어 진짜 칼을 아무렇지 않게 갖고 놀까 염려된다”고 적었다.

네이버 카페에 '당근칼'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들. 다수의 맘카페에서 자녀의 당근칼 구입을 놓고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네이버 카페 홈페이지 캡처

다른 학부모는 이 글에 공감하며 “아이가 어제 보여줘 당근칼의 존재를 알았다. 학급에서 당근칼이 없으면 왕따 취급을 당해 샀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판매처에서 이런 물건은 내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댓글로 달렸다.

자녀가 당근칼을 사람의 몸에 휘두르는 흉내를 내는 장면을 봤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한 부모는 “당근칼이 어린 시절 우리가 갖고 놀던 장난감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상대방에게 직접 찌르는 흉내를 내며 노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랬다”며 “아이에게 사줄 수 없다고 잘 타일렀다”고 적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의 모바일 메신저로 발송된 안내문의 일부. 당근칼에 대해 학부모들의 유의와 지도를 부탁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상황이 이렇자 일부 교육청과 학교들은 ‘당근칼 금지령’도 내렸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관내 초·중학교에 ‘당근칼 소지에 대해 유의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흉기로 인한 사건·사고 발생과 칼부림 모방 놀이문화로 인해 생명 경시 사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학부모들의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