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뉴욕 웨스트 21번가의 트레이더스 조 매장에는 수십 종류의 ‘레디 투 잇’(RTE·간편식)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몇몇 한국 제품의 매대는 상품 설명만 남기고 물량은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 ‘한국식 고구마 당면 요리’로 소개된 냉동 잡채가 대표적이었다. 데우기만 해도 그럴듯한 한국식 잡채를 맛볼 수 있는 제품이다. 최근 매운맛 열풍을 타고 인기가 많아진 떡볶이 역시 대부분 판매되고 두 봉지만 남아 있었다.
지난 8~9월 선풍적 인기를 끈 냉동 김밥은 여전히 재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매대에는 제품도, 가격표도 없이 ‘조만간 재입고(coming back soon)’라는 문구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매장 직원은 “다음 주에나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트레이더스 조가 국내 기업 ‘올곧’과 계약을 맺고 들여온 1차 물량 250t은 1개월 만에 ‘완판’됐다. 이제 막 2차 물량 500t이 미국으로 건너간 상황이다.
이들 한국 식재료는 ‘저렴하면서 건강하다’는 점을 앞세워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냉동 김밥의 가격은 3.99달러(약 5200원)에 불과하다. 냉동 잡채는 그보다 저렴해 한 팩이 3.49달러(약 4500원)다. 샌드위치 하나를 사 먹는 데 10달러가 드는 뉴욕에서는 ‘가뭄에 단비’ 수준의 염가다. 육류 수출이 불가능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채식 재료만을 사용한 것은 오히려 건강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계 식료품점 가맹점인 ‘H마트’도 한국 식재료의 인기 상승을 실감하고 있다. 당일 조리한 김밥을 판매하는 H마트 맨해튼점은 일일 김밥 발주량을 기존 약 110줄에서 최근 140줄로 높여 잡았다. 매장 관계자는 “김밥 말고도 꼬북칩, 새우깡 등 한국 과자를 찾는 미국인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현지인도 찾는 식료품점으로 발돋움한 H마트는 미국 내 점포 수를 80개까지 확장했다.
이 같은 ‘K식재료’의 입지 확대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 농수산 식품의 미국 수출량은 2012년 6억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6억3000만 달러로 10년 만에 약 2.5배 성장했다. 올해도 9월 말 기준 12억8000만 달러를 수출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심화섭 aT 미주지역본부장은 “한국 식품이 건강하고 맛있다는 이미지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여기에 K팝을 비롯한 한류 열풍으로 인지도와 관심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