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9일 “30여년 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돼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노 관장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강상욱 이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가사 소송에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는 일은 드물다.
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우리 가족과 가정의 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 끼친 것에 너무 죄송하고 민망하기 그지없다”며 “다만 바라는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적정한 위자료·지분이 어느 정도인지, SK이노베이션의 아트센터 나비 퇴거 요구 소송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법원을 떠났다.
최태원 회장 측 대리인은 재판이 끝난 후 “엑스포 관련 해외 출장 중인 최 회장이 ‘경위를 불문하고 개인사 문제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있는 데 대해 송구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1988년부터 노 관장과 결혼 생활을 이어온 최 회장은 2015년 내연녀와 혼외 자녀의 존재를 밝혔다. 노 관장과 이미 오랜 세월 별거 중인 사실도 털어놨다. 이후 최 회장은 2017년 노 관장과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 조정 신청을 했다.
노 관장은 애초 이혼 거부 의사를 밝혔다가 2019년 입장을 바꿔 맞소송을 냈다. 그는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 주식 중 42.29%(650만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소송을 낼 당시 기준으로 약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 보유 SK 주식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노 관장과 최 회장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내년 1월 11일을 첫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과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T&C) 이사장에 대해 30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루이뷔통 재단의 갈라 디너 행사장에 손을 잡고 나타나기도 했다. 공식 석상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선 건 처음이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