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대중교통 ‘패스’ 우후죽순… 예산 줄줄 샐 우려

입력 2023-11-09 18:01

국토교통부의 ‘K패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경기도의 ‘더경기패스’ 등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예산 문제는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다. 세 기관이 동시에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산 중복 및 낭비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가 지난 8월 발표한 ‘K패스’는 대중교통 이용 횟수에 따라 이용액 일부를 돌려주는 교통카드다. 월 21~60회 버스·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일정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일반(20%)·청년(19~34세·30%)·저소득층(53.3%) 등으로 나눠 각각 다른 환급률이 적용된다. 국토부는 내년 7월 도입 계획을 앞당겨 상반기 중 K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알뜰교통카드는 K패스로 대체된다.

9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K패스 예산은 509억9400만원이다. K패스 사업은 정부가 국고보조금을 지급해 일부 사업비를 보전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40%, 그 외 지자체는 50%의 국고보조금을 받게 된다. 내년도 서울시와 경기도가 K패스 예산으로 받게 되는 보조금은 각각 176억2200만원, 184억6700만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K패스 외에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각 ‘패스’ 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월 6만5000원의 정기이용권을 구매하면 버스·지하철·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에 40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K패스를 기반으로 한 더경기패스를 도입한다. K패스와 같은 요금환급 방식이지만 조건을 완화했다.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차등환급률에 따라 이용요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K패스와 달리 탑승횟수 제한이 없다. 경기도는 더경기패스 사업에 26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대중교통비 절감 대책이라는 측면에서 3개 정책은 유사하다. 특히 K패스와 더경기패스는 사업방식이 같다.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국비 예산이 과도하게 편성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예정처도 정부·지자체 중복 사업에 따른 재원 낭비에 우려를 표했다. 예정처는 “기후동행카드 시행이 K패스 사업 및 알뜰교통카드 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서울시에 대한 국고 보조율 및 국고 지원액의 적정성을 검토해 국비 예산이 과다 편성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단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각 정책의 수요층이 달라 사업 시작 전 섣불리 예산을 줄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고 재원이 한정돼 있으므로 향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고 보조율 조정을 중장기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