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사상자 낸 ‘순창 투표소 사고’ 운전자 2심서 집행유예

입력 2023-11-09 17:22
지난 3월8일 전북 순창군 구림면 농협 주차장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사고 현장. 피해자들의 신발과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운전미숙으로 20명의 사상자를 낸 ‘순창군 투표소 사고’ 가해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도형)는 9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74)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법원은 금고 4년을 선고했었다.

A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10시30분쯤 전북 순창군 구림농협 주차장에서 조합장 선거 투표를 위해 줄을 서 기다리던 유권자들을 1t 트럭으로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으로 4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A씨는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서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A씨는 음주 및 약물반응 검사에서 모두 음성 결과를 받았다. 그는 또 지난해 운전면허 적성검사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은 CCTV 조사 등을 벌여 A씨 범행에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6월 1심 결심 공판 때 “피해가 중대하고 과실이 지나치게 크다”며 “일부를 제외한 다수의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도 않았다”며 금고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지난 7월 20일 A씨에게 금고 4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상해 피해자 전원과 합의해 이들의 처벌 불원서가 제출됐다고는 하지만 사고의 결과, 행위의 위험성 등을 종합해보면 집행유예로 선처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이 과거 공황장애, 알코올성 질병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면 사고 발생의 위험에 더 철저히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부동산을 매각해 거액의 합의금을 마련한 점, 유족들과 피해자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근거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택했다.

재판부는 “A씨는 연령이나 건강에 비춰 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음에도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아 4명을 사망에, 16명을 상해에 이르게 했다”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중하다”고 말했다.

다만 “거액의 합의금을 마련했고, 같은 동네 주민인 유족들과 피해자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어 형을 다시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