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사고내고 조롱한 14살… 중환자실에 있답니다”

입력 2023-11-09 16:20 수정 2023-11-09 16:23

세 명이서 탄 킥보드로 차량을 들이받은 뒤 운전자를 조롱하던 14세 소년이 갑작스럽게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9일 자신을 교통사고 피해자로 소개한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촉법이들 킥보드 삼치기로 후방 충돌 그리고 맘X’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글에서 A씨는 “우회전하려고 대기하던 중 뒤에서 ‘쾅’ 소리가 나서 황급히 내렸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사고를 낸 이들은 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소년 셋이었다. A씨는 “부딪힌 애들이 어리길래 걱정돼서 봤더니 이들은 이빨 사이로 침을 찍찍 뱉으며 ‘어디 다치셨어요? 차는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장난쳤다”며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니 킥보드로 삼치기 하다가 박은 거였다”고 말했다. 삼치기는 킥보드나 오토바이 등 탈것에 세 명이 탑승해 운행하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A씨는 곧 이들이 중학교 1학년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이 촉법소년들은 경찰에 ‘운전자가 후진해서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는 것을 듣고 너무 화가 나더라”고 적었다.

A씨는 이들의 부모 대응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A씨가 올린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치료비 및 수리비는 민사로 진행하겠다”는 통보에 가해자 부모는 “마음대로 하세요. 저흰 돈도 없고 여력도 없으니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한다.

결국 실랑이를 벌이던 A씨는 가해학생 부모와 합의해 차량 수리비 정도의 소액만 합의금으로 받겠다고 하고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다고 한다.

문제는 합의금을 받기로 한 전날 벌어졌다. A씨는 “합의금 받기 전날 대학병원에 누워있는 가해학생 사진과 함께 장문의 문자가 왔다”며 “멍들고 부은 두 눈, 깁스한 목, 코피 자국, 얼굴에 난 상처를 보아 다친 정도가 상당히 심하고 위중한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가해학생 부모는 “(합의금을) 빌려서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오늘 새벽에 아들이 사고가 나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있다. 병원비가 엄청 나올 듯하다”며 “무면허로 사고가 나서 너무 힘든 상황이다. 나머지 금액은 어려울 듯하다”고 전했다고 A씨는 말했다.

A씨가 대학병원 측에 확인해본 결과 가해학생이 의식이 거의 없는 채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은 사실이었다. A씨와 사고를 낸 지 사흘도 되지 않아 오토바이를 몰다가 사고를 냈다고 한다.

A씨는 “가해학생에게 오토바이 운전은 엄마 지갑에서 돈을 빼는 정도의 인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으로 뭘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혹시라도 깨어난다면 부디 개과천선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