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병원서 사라진 마약류 174만개, 어디로 갔나

입력 2023-11-09 15:22

최근 4년간 폐업한 의료기관이 보유했던 마약류의약품 174만개가 당국의 관리 소홀로 행적을 알 수 없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불법유통 가능성도 제기했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정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식약처의 의료기관 폐업 후 재고 처리와 사용량 관리 등이 허술해 국가 감시망에서 사라지는 마약류의약품이 다수 발생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의원·약국·동물병원 등은 폐업할 때 갖고 있던 마약류를 다른 의료기관에 넘기거나 폐기한 뒤 이 사실을 식약처에 알려야 한다.

식약처는 2018년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해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마약류의약품 유통 및 사용·폐기 전 과정을 추적해 관리하고 있다. 의료 용도로 사용되는 펜타닐, 프로포폴 등 마약류의약품이 오·남용 되거나 불법 유통되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감사원이 해당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의료기관 920곳이 폐업 시 보유하고 있던 마약류의약품 174만여개에 대한 양도·양수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추적이 불가한 마약류의약품에는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과 레미펜타닐 4256개를 비롯해 케타민 1097개, 졸피뎀 9만4594개, 디아제팜 및 알프라졸람 116만3814개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식약처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현장조사를 하지 않는 탓에 상당량의 마약류의약품이 국가 감시망에서 이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사원이 13개 폐업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샘플조사한 결과, 5곳은 폐업 후 관할 공무원 참관 없이 프로포폴을 임의로 폐기했다고 주장하거나, 폐업 시 향정신성의약품을 자택으로 가져가 보관하다가 일부 분실했다고 하는 등 불법 유통 가능성이 커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들 의료기관이 마약류를 불법 유통시켰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은 또 프로포폴 등 앰플 단위로 포장된 주사제의약품의 잔량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사제의약품은 환자의 몸무게·연령 등에 따라 사용량이 달라 잔량이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4년간 의료기관 1만1241개에서 사용 후 잔량이 ‘0(없음)’으로 보고한 사례가 2677만건에 달했다.

감사원의 의료기관 샘플 조사에서도 의료기관 10곳 중 5곳에서 총 4만7544명 투약 분량의 프로포폴 잔량이 발생했는데도 전량 사용한 것처럼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식약처장에게 위해식품에 대한 정보공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회수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통보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