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8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인 ‘화해와 용서’를 강조하며 “정쟁 좀 그만하자”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이 “보복을 멈추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말투를 흉내 내자 객석에선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 자리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참석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축사를 위해 연단에 선 인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위대한 점 가운데 하나로 화해와 용서를 꼽았다.
인 위원장은 1994년 광주에서 김 전 대통령과 독대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돌아가셨지만, 전두환 대통령은 살아 있지 않나. 선생님, 왜 보복을 안 합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시기에 외신기자 통역자로 활동한 인 위원장은 군부독재 시절 김 전 대통령이 겪은 고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인 원장, 보복이라는 것은 못쓰는 것이여”라는 답변을 전했다. 미국 선교사 가문의 후손인 인 위원장은 평소 자신을 “전라도에서 자란 순천 촌놈”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사투리에 익숙하다.
인 위원장은 “그러고서 30분 동안 넬슨 만델라 강의를 들었다”며 “백인들이 그렇게 못살게 했는데 나라를 위해 모두 포용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인 위원장은 “1998년 영광스러운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날, 머리가 좀 벗겨진 분이 오셨더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어 “그 옆에 노태우 전 대통령도 왔다. 이 거룩한 장소에”라면서 “속으로 분노했지만 내 생각이 짧았다는 걸 깨달았다. ‘DJ는 (화해와 용서를) 실천하는구나. 참으로 노벨상감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제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오늘 여기 오니까 저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당 안에서는 엄청나게 미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솔직히 의사가 아주 쓴 약을 처방했다. 그 약을 먹고 빨리 낫기를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한 말씀을 전라도 말로 해야 쓰것어”라면서 “민주당도 그렇게 크게 자랑할 게 없다. 정쟁 좀 그만하고”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 대표님, 이제 정쟁 좀 그만합시다. 그만하고 나라를 위해 같이 싸우자”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