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전남도가 줄기차게 약속해온 ‘상생’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주·전남은 한 뿌리’라고 외쳤지만 반목과 갈등만 표출하는 상황이다.
9일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광주~나주 광역철도 노선에 효천역을 제외하면 사업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남도에 발송했다. 앞서 전남도가 원활한 예비타당성 통과를 위해 효천역을 제외한 국토교통부 기존 노선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정면 대응이다.
국책사업으로 선정된 광역철도 노선에 대한 광주시의 변경 요구를 전남도가 묵살하면서 호남권 최초의 광주~나주 광역철도는 좌초될 처지에 놓였다. 기획재정부는 6월부터 1조 5235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총연장 28.1㎞의 광역철도(복선 전철)를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노선 운행구간은 광주 상무역~풍암역~대촌역~남평역~혁신도시역~나주역 등이다.
시는 “국책사업이지만 막대한 부담금과 운영비를 시 재정으로 떠안아야 하는데 기존 노선은 시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인구가 많은 효천·상무 지구와 나주혁신도시의 교통편의를 위해 반드시 효천역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기존 노선 안을 상무역~서광주역~서부농수산물센터~효천지구~도시첨단산단~전남 나주함평~혁신도시~나주역으로 변경해달라는 것이다.
시는 2010년 광역철도 사전타당성 조사단계부터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효천지구 노선 경유에 힘을 실어왔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진행 중에도 한 차례는 노선변경을 건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노선변경이 관철되지 않으면 사업 포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남도는 “수년 동안 시·도가 협의과정을 거친 노선을 갑자기 바꾸게 되면 예비타당성 조사가 늦어지고 도의 부담금 역시 크게 늘어나게 된다”고 맞서고 있다. 도는 “효천역 경유 노선은 운행 구간이 길어져 이용률이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조사를 거쳐 선택한 노선에 대한 사업 참여를 시가 포기하게 되면 광주와 전남, 나주시 간 3자 협의로 추진 중인 광역철도는 무산될 공산이 커진다.
지역 상생을 위한 광주·무안 국제공항 통합도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시와 도는 2018년 8월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김산 무안군수가 서명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협약서’를 두고 동상이몽 중이다.
광주시는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군 공항 이전이 전제되지 않은 협약서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전남도는 아직 파기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맞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선 7기인 작성된 협약서는 ‘광주민간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한다’는 두루뭉술한 조항만 두고 있을 뿐이다. 동시 이전을 해야 하는 군 공항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협약 당시 시·도는 지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둘러댔으나 첨예한 군 공항 이전은 슬그머니 피해갔다. 그동안 허울 좋은 신기루에 머문 셈이다.
협약서와 함께 발표된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 발표문’도 마찬가지다. “군 공항 이전 문제는 광주 민간공항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한다면 군 공항도 전남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우회적 문구만 담고 있다.
민간공항 이전이 확정되면 전남도가 군 공항을 받아들인다는 공감을 표시한 모호한 견해 표명이다.
알맹이가 빠진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는 협약서·발표문을 둘러싼 대립각이 5년여 만에 다시 이어지면서 시·도 핵심현안인 군 공항 이전과 민간공항 통합 여부는 숱한 논의에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광주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시장과 도지사가 속내를 털어 넣고 지역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수밖에 없다”며 “상생을 팽개쳐두고 소모적 샅바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