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대북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을 맹비난하며 군사적 협박을 가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 전단에 극도로 민감한 이유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출생의 비밀을 들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백두혈통이라 주장하지만, 모친(고영희)은 북한에서 상당히 차별받는 재일교포 출신이고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도 아니다”라며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김정은의 권위는 크게 무너지기 때문에 상상 이상으로 대북전단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괴뢰 지역에서 ‘대북삐라살포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강행되고 관련 지침 폐지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놈들의 삐라 살포 거점은 물론 괴뢰 아성에까지 징벌의 불소나기를 퍼부어야 한다는 것이 격노한 우리 혁명무력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비롯한 심리 모략전은 곧 ‘대한민국’ 종말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신은 또 “삐라 살포는 교전 일방이 상대방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벌리는 고도의 심리전이며 전쟁 개시에 앞서 진행되는 사실상의 선제공격”이라며 “역적 패당은 ‘탈북자’ 쓰레기들이 날린 반공화국 삐라 살포로 2014년의 화력 무기에 의한 교전, 2020년의 북남공동연락사무소 완전 파괴라는 결과가 산생된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4년 10월 경기도 연천군 태풍전망대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을 당시 고사총을 발포했던 것과 2020년 6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 같은 군사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북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 이후 북한의 반응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26일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1항 3호 등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북한이 도발을 행동으로 옮길 경우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위험하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지속해서 대북살포가 이어질 경우 북한은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 관영언론(조선중앙통신)의 보도이기 때문에 위협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접경지역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