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탑승 제한한 테마파크… 2심도 “차별” 판결

입력 2023-11-08 16:53
에버랜드 놀이기구 티익스프레스 사진. 뉴시스

테마파크가 시각장애인에게 놀이기구를 탑승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행위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탑승 제한이 ‘장애인 차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고법 민사19-3부(재판장 배용준)는 8일 김모씨 등 시각장애인 3명이 경기도 용인의 테마파크 에버랜드 운영 주체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삼성물산이 김씨 등에게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 에버랜드 놀이기구 가이드북 내용에서 ‘신체적·시각적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이용이 제한되거나 동반자 동승이 요구될 수 있다’는 문구에서 ‘시각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도록 시정 명령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18년 10월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탑승을 제한한 것은 장애인 차별 행위”라고 지적했다. 당시 에버랜드 측은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은 비장애인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각 장애 유무에 따라 놀이기구에 탑승했을 때 받는 충격량이 다르다는 것이 당시 에버랜드 측의 반론이었다.

이런 에버랜드 측의 주장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장애에 따른 위험 정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씨 등 시각장애인 3명은 2015년 5월 15일 에버랜드에서 자유이용권을 구입하고 티익스프레스(T-Express), 롤링 엑스트레인, 더블락 스핀 등의 놀이기구를 이용하려 했다. 에버랜드는 내부 규정을 이유로 김씨 등 3명의 탑승을 제한했다.

김씨 등은 같은 해 6월 19일에 “안전상 이유로 시각장애인의 탑승을 제지한 것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고, 이용 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삼성물산을 상대로 7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이날 2심에서 김씨 등의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에버랜드 가이드라인에서 시각과 관련한 문구를 빼거나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의 요청이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졌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원고를 대리한 김재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장애인에게 왠지 위험할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으로 탑승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