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세 자녀에 대한 양육비 수천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재판에까지 넘겨진 40대 친부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 노민식 판사는 8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2017년 전처 B씨와 이혼한 뒤 자녀 3명에게 지급해야 할 양육비 4000만원가량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씨에게 매달 90만원씩 모두 6030여만원을 지급해야 했으나 이 중 2200여만원만 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혼 직후 재혼해 현재 아내와 낳은 자녀 둘을 양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혼 후 A씨가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자 두 차례 이행명령 소송을 거쳐 A씨 예금 등 압류를 진행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A씨가 양육비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계속해 주지 않자 지난 4월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첫 공판에서 양육비 미지급 등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사업 실패 등으로 채무를 불이행하게 된 것이지 자녀를 저버릴 의도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고 한다.
노 판사는 “피고인이 자백하고 있는 점 등 증거를 종합할 때 유죄가 인정된다”며 “양육비 지급에 관한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진 2017년 이후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 액수가 상당한 만큼 도덕적 비난을 넘어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노 판사는 이어 “피고인이 양육비 미지급 관련 사건으로 다시 법원에 오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다시는 같은 일로 법원에 오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검찰은 “감치명령을 받고도 1년이 지나도록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등 관련 단체들은 집행유예 선고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양육비를 잘 받을 수 있게 보호하겠다는 법 취지를 잃어버린 판결”이라며 “이는 다른 채무자들한테도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면 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