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 음주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해 재활에 전념하고 있던 제주유나이티드 FC 유연수 선수가 결국 은퇴하게 됐다. 유망한 축구 선수의 꿈을 접은 음주운전을 향한 대중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제주유나이티드FC는 8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주며 미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였다. 유연수 선수가 오랜만에 팬 여러분 앞에 선다. 사실 슬프게도 선수로서 작별인사”라며 은퇴 소식을 전했다. 이어 “제주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등 번호 31번을 그의 것으로 공언하고 아직도 선수 소개에서 언급하고 있다”며 “그를 응원하는 마음은 영원할 것이기에 이별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유연수는 오는 11일 오후 4시30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1998년생인 유연수는 올해 25세다. 그는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 FC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포지션은 골키퍼다. 그는 지난해 10월 팀 동료 김동준, 임준섭, 트레이너 윤재현과 차를 타고 가다 음주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 다른 동승자들은 타박상 정도의 가벼운 부상을 당했지만 유연수는 크게 다쳐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후 재활에 힘쓰던 그는 지난해 12월 SNS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 덕분에 병원에서 잘 치료받으며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며 “빨리 회복해서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후 1년이 지나도 하반신 마비 증상 등 후유증으로 간병인 없는 생활이 힘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유연수는 자신의 SNS에 “제주에 있는 동안 구단 직원, 팬분들, 감독님, 코치님, 스태프분들, 선수들, 형들, 친구들, 후배들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유연수의 은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음주운전이 전도유망한 젊은 선수의 꿈을 무너뜨렸다”며 공분했다.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낮은 처벌 수준도 또다시 지적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망 사건을 일으킬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그간 재판에서 선고된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는 두 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가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 사망사고를 냈다. 그러나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5월 부산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치고 도망간 뒤 자신의 회사 직원에게 대신 운전한 것처럼 허위 진술하도록 한 30대는 징역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심지어 가해자는 2018년에도 음주운전을 해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2월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보행자를 들이받은 전력이 있었다. 지난 2월 음주운전으로 기소돼 재판절차를 기다리던 중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망사고까지 낸 20대도 고작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