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추워...’ 광주 아파트 분양시장 먹구름 잔뜩

입력 2023-11-08 14:43

광주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이 시들시들하다. 분양가 상한제가 풀리면서 대단지 물량이 쏟아지고 있으나 잔뜩 낀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8일 광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1만 세대 가까운 아파트가 분양을 마쳤거나 청약 절차를 앞두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와 재건축·재개발 지구, 지역주택조합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미뤘던 분양을 집중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11월의 경우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한 운암동 ‘운암자이포레타퍼스티체’ 3214세대와 삼각동 ‘위파크더원’ 1004세대 등 2곳에서만 4218세대가 공급된다. 한 달의 짧은 기간 동안 4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동시 분양은 이례적이다.

운암자이포레타퍼스티체는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1192세대가 일반분양을 진행 중이다. 광주에서 올해 분양한 14곳 중 세대 수가 가장 많은 상무센트럴자이 903세대를 추월했다. 당초 지난달 청약하려던 위파크더원은 이달 중 전체 1004세 중 903세대를 일반분양 공급한다.

개발 호재가 몰린 첨단3지구는 앞서 8월~9월 ‘힐스테이트 첨단센트럴’ 1520세대와 ‘제일풍경채’(A2 블럭 1845세대·A5 블럭 584세대)가 당첨자 발표와 함께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는 2025년까지 무려 7500여 세대 아파트가 예비 입주자를 맞게 된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 중인 ‘운암산공원 우미린 리버포레’ 660세대 역시 특별공급에 이어 1·2순위 청약을 마감하고 지난달부터 계약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들 단지는 ‘직주근접형’이라는 나름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청약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저조했다. 평균 5~6대1의 청약률과 100% 완판 달성을 이룬 곳도 있지만 일부 평형은 청약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 계약률은 더 낮아졌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 전용면적 84㎥ 아파트 분양 가격이 평당 3000만원을 웃돌아 광주지역 역대 최고 분양가를 갈아치운 상무센트럴자이의 경우 최고 43.8대1(84㎡A타입), 평균 11.2대1이 넘는 높은 청약률을 보였지만 실제 계약은 훨씬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주시가 집중 육성 중인 ‘인공지능집적단지’ 등의 배후수요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광주의 판교’ 첨단3지구마저 실제 계약 성사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업계 분석이다.

공급과잉에 의한 수요분산과 함께 고분양가 논란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향후 청약을 앞둔 단지가 더 된서리를 각오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광주의 11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5.0p 하락했다.

올해 들어 120.0p까지 치솟았던 지역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9월 기준치 100.0p를 기록하더니 10월 90.0p에 이어 이달 들어 75.0p까지 곤두박질했다. 2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아 분양 전망을 어둡게 했다.

공급자 관점에서 따지는 이 수치는 분양 중인 아파트 단지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기준치 100을 넘으면 시장 전망이 긍정적, 100 이하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여전히 높은 담보대출 금리와 건설 자재비 등 원가상승으로 인해 덩달아 오른 높은 분양가, 경기침체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 시장 변동성 증가, 아파트 건설회사·입지별 선호도 격차 등도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다.

광주 중견 건설업체 김모 대표는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너나없이 뛰어들던 지역 분양시장은 이미 한물갔다”며 “그나마 ‘숲속의 아파트’로 여겨지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지구가 미래가치 상승 여력과 실수요자 청약으로 겨우 숨을 쉬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