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에 기합, 구타까지… 구시대 사는 서울대 의학계 대학원생

입력 2023-11-08 11:26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전경. 국민일보 DB

서울대 의대, 간호대 등 의학계 대학원생들이 겪는 인권침해 실태가 다른 계열보다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학계를 포함한 대학원생들은 폐쇄적, 수직적인 연구실 문화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서울대 인권센터와 사회발전연구소(연구책임자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22일~12월 21일 한 달간 서울대 대학원 재학생 1715명을 대상으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대상자는 계열별로 인문사회예술계가 497명(29%)으로 가장 많았고, 자연계 429명(25%), 공학계 326명(19%), 전문대학원 314명(18%), 의학계 149명(9%)이 뒤를 이었다.
언어폭력, 신체폭력을 경험한 서울대 대학원생 비율.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제공

연구팀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언어·신체폭력을 경험한 의학계 대학원생의 비율이 다른 계열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계 대학원생은 4명 중 1명꼴(24.8%)로 ‘서울대 대학원 재학 중 폭언·욕설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15.6%) 보다 1.5배 높은 수치다. 자연계는 18.9%, 공학계 14.4%, 전문대학원 13.7%, 인문사회예술계 12.1%를 기록했다.

신체적 폭력에선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기합·구타를 비롯한 신체폭력을 당한 비율은 의학계(7.4%)가 전체 평균(2.5%)의 세 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신체적 폭력 경험의 빈도수는 비록 적었지만, 비율은 타계열보다 유의하게 높았다”고 분석했다.

배제와 소외를 경험한 비율도 의학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갑질, 집단 따돌림, 배제, 소외 등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의학계 응답자 23.5%가 ‘있다’고 답해 평균(13.4%)을 훨씬 웃돌았다. 자연계(15.4%)도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의학계 재학생 중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느낀 비율이 각각 36.9%(전체 22.4%), 27.5%(전체 19.3%)였으며, 전공과 출신학부 등에 대한 혐오 표현을 겪었다는 답변도 21.5%로 전체 평균(13.7%)을 크게 상회했다.

다만 의학계 재학생 중 ‘서울대 대학원 재학 중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평균(22.6%)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인문사회예술계가 25.7%로 가장 높았고 자연계 25.6%, 의학계 22.8% 등 순이었다.

앞서 지난 13일 서울대 한 중앙도서관 화장실에서 한 20대 대학원생이 ‘공부가 힘들다’는 취지의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하였다.

연구소는 “대학원생들이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개선 과제로 가장 많이 제시했다”며 “특히 의학계의 경우 연구실의 폐쇄적 분위기와 수직적 위계질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았다”고 전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