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신경전을 벌였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이 전 대표가 ‘미스터 린튼’(Mr. Linton)이라고 호명한 것에 대해 안 의원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말하자, 옆방에서 대화를 듣던 이 전 대표가 “안철수씨, 조용히 합시다!”라고 소리친 것이다.
7일 안 의원과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들은 전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각각 기자들과 점심을 먹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4일 이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인 위원장이 부산을 찾은 상황을 언급했다고 한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향해 영어로 응대하며 ‘닥터 린튼’(Dr. Linton)이 아닌 ‘미스터 린튼’(Mr. Linton)으로 호명했는데, 안 의원은 이 같은 호칭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짚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혁신위 제안으로 이 전 대표 징계를 철회한 내용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안 의원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안 의원의 옆방에서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 “안철수씨, 식사 좀 합시다!”라는 고함이 들려왔다.
고함을 친 주인공은 이 전 대표였다.
공교롭게도 안 의원의 옆방에 대화의 당사자였던 이 전 대표가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옆방에 누가 있는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해당 식당은 천장이 뚫려 있어 방음이 잘 안 되는 곳이었다.
이후 안 의원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일행에게 “모두가 이준석을 싫어한다”는 식의 얘기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이후 별도의 대화 없이 식당을 떠났다고 한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20대 총선 당시 두 사람은 서울 노원병에서 서로 다른 정당 소속으로 맞붙은 바 있다.
최근에는 안 의원이 이 전 대표의 제명 서명 운동을 벌이면서 사이가 악화했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안 의원이 유세 과정에서 욕설했다고 이 전 대표가 지적하면서 불이 붙은 것이다.
그러자 안 의원은 “이 전 대표는 내부총질로 당을 망치는 응석받이”라고 비판하며 당 윤리위원회 제명 요구안을 제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