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가 고액 헌금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이전 신도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해산명령을 청구한 정부와의 법정 다툼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 교도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다나카 도미히로 통일교 일본교회 회장은 7일 도쿄도 시부야구 교단 본부에서 옛 신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13일 일본 정부의 해산명령을 청구받은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다. 통일교는 ‘고액 헌금’ ‘영감상법(영적인 이유를 대며 신도들에게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파는 행위)’ 등의 문제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다나카 회장은 “가정 사정과 경제적 상황에 대한 법인의 지도 부족 등으로 지금까지 괴로운 생각을 한 모든 분께 솔직히 사과한다”며 통일교 신도 2세들에게도 용서를 구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살해범이 모친의 통일교 헌금을 범행 동기로 밝힌 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고액 헌금에 대한 사과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현재까진 피해자와 피해 금액이 명확하지 않다”며 사죄라는 표현은 아꼈다.
통일교 측은 ‘공탁금’ 카드도 꺼냈다. 다나카 회장은 “현행법엔 없는 자금 공탁 제도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피해 배상 자금으로 최대 100억엔(약 870억원)을 정부에 공탁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해산명령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는 자금을 해외로 보내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전례 없는 행보에 일각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일교의 이번 공탁금은 사법부로부터 더욱 유리한 판결을 받으려는 일종의 안전장치”라며 “통일교 주요 자금 출처인 일본 통일교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교 측은 해산명령엔 불복하는 분위기다. 다나카 회장은 “종교를 믿을 자유와 법의 지배 관점에서 (해산명령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