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업계가 경제 악화, 적자 지속 등 각종 위기에 직면하자 ‘생존’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몇몇 게임사들은 낮은 수익성의 기존 게임을 정리하는가 하면 자금이 적잖게 들어가는 신작 개발에 과감히 메스를 대는 등 ‘선택과 집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사이게임즈에서 서비스하는 ‘월드 플리퍼’가 출시 4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다. 월드 플리퍼 공식 사이트에는 “일본에서 ‘월드 플리퍼 일본 서비스 종료에 대한 안내’가 공개됐다”며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시는 모험자 여러분들이 게임 이용에 참고하실 수 있도록 월드 플리퍼 글로벌의 향후 서비스에 대해 안내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내용에 따르면 월드 플리퍼는 내년 2월 20일 선행 서버이자 개발사인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차례로 종료한다. 정확한 종료 시점과 마지막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 등 구체적인 사항들은 논의 중이라고 서비스사는 덧붙였다.
월드 플리퍼는 복고풍 도트 그래픽에 핀볼처럼 생긴 ‘플리퍼’를 날려 적을 쓰러뜨리는 액션 역할수행게임이다. 지난 5월 메인 이야기 최종편인 12장에 대한 업데이트를 마쳤다. 이후 신규 이벤트 스토리와 만화 및 SNS 콘텐츠를 중단하면서 게임 서비스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는다.
네시삼십삼분의 ‘회색도시2’도 이달 30일 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회색도시2는 올해 2월 서비스를 중단한 ‘회색도시’의 후속작으로 추리 어드벤처 장르 모바일 게임이다. ‘검은방’ 시리즈와 ‘베리드 스타즈’의 진승호 디렉터가 개발한 게임이라 한 때 이름을 떨쳤지만 각 에피소드마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는 방식 탓에 게이머들의 적잖은 반발을 샀다. 2018년 3월부터는 전면 무료화됐지만 이용자 감소가 뚜렷해지며 서비스 9년 끝에 문을 닫게 됐다.
라인게임즈는 6년간 공들인 ‘퀀텀나이츠’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내년 출시가 목표였던 이 게임은 개발사인 스페이스 다이브 게임즈와 서비스사인 라인게임즈의 자본 경색, 게임에 대한 기대 저하 등으로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게임은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사격과 마법으로 전투를 벌이는 PC 3인칭 슈팅 RPG다. 지난해 게임스컴에서 이 게임을 출품하고 해당 게임의 트레일러를 공개하면서 국내외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또한 그간 모바일 게임에 주력하던 라인게임즈의 첫 PC 게임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퀀텀나이츠는 지난달 10일 글로벌 온라인 게임 페스티벌인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각종 버그와 뻔한 게임성 등으로 게이머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자 개발 기간에 드는 막대한 자본 등을 고려해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신작 리스트를 재정비한 라인게임즈는 연내 출시하는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와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게임사들은 혹독한 경제 상황 속에서 저마다 각자도생에 나서는 모양새다. 실적 반등을 위해서 새 작품 출시에 집중하거나 이용자가 많은 게임의 수익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서 계속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지속할 만큼 수익이 충분히 발생하는지가 관건”이라면서 “그간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하다가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이 근래 많다. 게임 개발 못지않게 론칭 후 서비스 비용도 많기 때문이다. 서비스 종료, 개발 중단은 게임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