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해 일본 고구마식 소주 등 수입산 ‘증류식 소주’ 판매량이 6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발표한 통계가 ‘엉터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통계는 지난 7월 30일 공표된 이래 5개월째 수정되지 않고 있다. 국가 통계의 신뢰도 손상도 문제지만 주류세와 직결되는 수치여서 세수에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국세청이 국세통계포털에서 공개하는 ‘수입산 증류식 소주 유통량’에서 수치 오류가 확인됐다. 국세통계포털은 지난해 국내 유통된 수입산 증류식 소주가 모두 58만1000ℓ라고 공개했다. 1년 전 8만8000ℓ와 비교해 유통량이 560.2%나 폭증했다. 이전 5년인 2017~2021년 수입산 증류식 소주의 연평균 유통량은 9만4000ℓ였다.
지난해 유통량 58만1000ℓ는 다른 기관의 통계와 큰 차이가 났다. 수입산 증류식 소주 통계를 발표하는 곳은 국세청과 관세청, 한국무역협회 3곳이다. 이 중 한국무역협회는 관세청 자료를 토대로 수입량을 공개하고 있다. 무역협회가 공개한 지난해 증류식 소주 수입량은 25만838ℓ로 전년(9만4676ℓ)보다 164.9% 증가했다. 수입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국세청 통계와 비교하면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
해당 지적에 국세청은 통계 오류를 인정했다. 국세청은 처음에는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나다보니 생긴 현상으로 이 통계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무역협회 통계 등 다른 통계와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에 결국 오류를 인정했다.
국세청은 “해당 통계는 관세청에서 집계하는 수출입통계 등 원자료를 제출받아 산출하는데 원자료의 경우 단위가 무게(t)와 리터(ℓ) 두 가지로 표시돼 있다. 통계 담당자가 실수로 단위를 착각해 수량에 오류를 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실제 유통량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관세청 원자료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여서 실제 수치가 얼마인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