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전날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증시가 하루 만에 다시 급락했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3%대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상승세를 주도하며 상한가까지 기록했던 2차전지주가 일제히 폭락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97%(24.92)포인트 내린 814.95에 거래되고 있다. 오후 12시20분쯤에는 2418.74까지 내려 3.3% 하락 폭을 보였다.
특히 전날 주가지수 급등에 크게 기여했던 종목 주가가 대거 폭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9.2%) POSCO홀딩스(-11.3%) 등 2차전지주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포스코퓨처엠 주가도 –12.3%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도 내림세다.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91%(24.41포인트) 내린 815.14에 거래 중이다.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하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전날 상한가를 기록해 각각 82만8000원, 29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82만5000원, 26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아직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세로 전환해 빠르게 한국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 개장 시점부터 현재까지 외국인은 2171억원, 기관은 1601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코스피 7000억원, 코스닥 4850억원 순매수세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3884억원 순매수 중이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가 불러온 숏커버링 수급 영향이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했다. 숏커버링은 공매도 실행자들이 빌린 주식을 다시 갚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숏커버링을 하기 위한 수급이 어제 들어왔는데 이제 그런 부분은 일정 부분 소화가 됐다”며 “오늘 매도 물량은 어제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숏커버라는 게 일정 부분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성격이지 계속 있는 물량은 아니다”며 “어제 너무 많이 올랐는데 예상하지 못한 제도 변화에 따라 시장이 이상 반응을 한 것이지 추세적 반응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이어 “과거에도 보면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 올라 봐야 1~2주 동안 6% 정도 올랐는데 어제는 한 번에 5% 올랐다”며 “공매도 금지 효과들은 대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재 공매도 잔고 변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는 어렵기에 정확히 숏커버링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숏커버링 물량은 정확한 수치가 아직 안 나와서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코스피 기준으로 할 때 아직 차익 공매도 잔고가 남아 있고 잔고가 연초 대비 늘어난 수준에서 급격히 빠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숏커버링을 위한 매수세가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숏커버링을 특정 시점까지 급하게 마무리할 필요는 없으므로 전날처럼 주가가 급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가가 급격하게 올랐을 때 주식을 사서 갚을 필요 없이, 주가가 안정될 때까지 이자를 내며 버틸 것이란 분석이다.
향후 투자 방향에 대해서는 종전과 같이 단기 이슈보다는 기업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연구원은 “정부 공매도 금지로 인한 수급 효과는 단기적이기 때문에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외국인이나 기관의 현물 매도가 계속되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