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없다… 결국 전화할 것” 김길수 잡은 경찰의 확신

입력 2023-11-07 11:48 수정 2023-11-07 13:10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병원 치료 중 달아난 김길수가 지난 6일 오후 검거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 화장실에서 도주하다 사흘 만에 붙잡힌 특수강도범 김길수(36)가 도주 경로에서 찍힌 CCTV 장면을 들여다보면 그에게 가방이 없었다. 경찰은 그 점에 주목해 수사망을 경기도에 밀집한 김씨의 연고선 중심으로 좁혔다. 그렇게 기다린 지 6시간 만에 김씨는 여자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24분쯤 의정부 가능동 한 길거리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김씨의 동선을 추적하는 한편 그의 연고선을 중심으로 수사를 집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김씨 검거 6시간 전 “김길수가 찍힌 모습을 보면 가방이 없다. 짧게 짧게 옮겨 다니는데 결국 아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올 수밖에 없다”며 “이제 3일 됐는데, 곧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연고선으로 좁힌 수사망에 김씨가 곧 걸려들었다. 김씨는 검거 직전 여자친구 A씨에게 공중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가 결국 도주 63시간 만에 검거됐다. A씨는 김씨의 도주 후 첫 택시비 10여만원을 대납해 경찰 조사를 받던 인물이다. 전화 통화로 시간을 끌며 김씨 검거를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도주했다 검거된 특수강도 피의자 김길수(36)의 사진. 왼쪽은 지난 2일 서울구치소 입소 당시 모습. 오른쪽은 4일 오후 4시 44분께 포착된 모습. 연합뉴스

앞서 김씨는 지난 4일 오전 6시20분쯤 숟가락을 삼켜 고통을 호소해 치료를 받으러 온 경기도 안양시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화장실 이용을 핑계로 도주했다. 교정 당국 직원들은 1시간이 지난 오전 7시20분쯤에야 112에 신고했다. 그는 도주 당일 오후 9시40분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됐다.

김씨는 도주 당시 동선 노출을 최소화하려고 지하철을 주로 이용했다고 전해졌다. 지하철 탑승할 때에 승차권을 구입해 개찰구에 넣지만 내릴 때는 승차권을 다시 넣지 않고 버렸다. 경찰은 실제로 김씨의 하차역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노숙을 했다. 체포 이후 김씨는 경찰에 “구치소에 있기 싫어 탈주했다”며 “탈주가 길어지면서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